공식 중개업체 거치지 않아 '불법'
도착지 등 '돈되는 배정' 선택 가능
업계 수익성 악화… 일반기사 부담
"한 달 5만원만 내면 '똥콜'은 피하고 '꿀콜'만 받을 수 있다더라."
수원시 장안구의 택시운전자 공영쉼터 '쌍우물쉼터'에는 몇 년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카카오T로 들어온 콜 중에서 돈이 안 되는 이른바 '똥콜'은 피하고 돈이 되는 '꿀콜'만 골라 배정해주는 사제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는 것이다.
기사 A씨는 "젊은 '하조'(택시 면허 신규취득자에게 부여되는 영업용 번호판 앞글자) 애들 중에서도 친한 사람들끼리만 공유해 아는 사람들만 안다"고 전했다.
택시업계에 무성했던 이런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17일 업계 관계자 등을 통해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이른바 '꿀콜 앱' 2개를 직접 확인했다.
이는 공식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아 명백한 불법이지만, '콜 기근'에 시달리는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전파되고 있다.
우선 '○클릭'은 같은 지점을 1분에 수백 번 클릭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앱이다. 이용료는 한 달 6만원으로 희망 도착지, 비희망 도착지, 주행 가능 거리 등 특정 조건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콜이 우선 배정된다.
업체 관계자 B씨는 "일단 설치하면 콜 수락은 물론 배차까지 원샷으로 해결돼 불과 1년 새 수만 명이 이용했다"고 전했다.
'○클릭'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출시된 '하이○○○' 은 가입비만 38만원에 달한다. 한 달 3만원을 내면 비희망 도착지를 설정해 나쁜 콜을 피할 수 있고, 5만원을 내면 장거리콜 등 좋은 콜만 골라 받을 수도 있다. 앱은 물론 별도의 기계까지 동원되며 업체 관계자가 직접 '꿀콜' 잡는 교육도 진행한다.
이처럼 기존 플랫폼 위에 또 다른 플랫폼이 파생되면서 일반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수수료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좋은 콜은 사제 앱이 가로채기 때문이다.
기사 C씨는 "요즘 승객들은 다 카카오로 콜을 잡으니 한달 9만9천원의 유료 멤버십 가입은 사실상 필수인데, 그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추가로 5만원을 내고 불법 사제앱까지 받는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3월 카카오는 원하는 목적지의 콜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부스터 서비스'가 포함된 유료 멤버십 가격을 월 5만원에서 9만9천원으로 2배가량 올린 상태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