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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폭행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2세 아동의 입양 절차를 진행했던 경기도의 한 사회복지기관. 2021.5.11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답변 신뢰도' 낮거나 불성실 확인
인정 욕구 크고 잘 지냄 애써 강조
입양 중요지표 불구 조치없이 허가
전문가 "면담 전체를 봐야" 신중론

'찜찜한 심리결과, 왜 그냥 지나쳤나'.

입양에 필요한 여러 절차 중 부모의 심리를 분석하고 면담해 입양에 적합한 인물인지 알아보는 '심리평가보고서'가 있다. 500여 문항이 넘는 검사는 다양한 각도에서 부모의 심리를 분석하기 때문에 단순 면담으로는 알 수 없는 내면을 엿볼 수 있어 입양 허가의 중요한 지표다.

지난 8일 발생한 화성 입양아동 학대사건의 양부모 역시 해당 심리검사를 받은 후 면담까지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로부터 입양기관이 작성한 양친가정보고서를 입수해 이들 부모의 심리검사를 꼼꼼히 분석한 결과 재검사 또는 심층 면담이 필요할 만한 미심쩍은 부분이 확인됐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입양은 허가됐다.

보고서 전반에서 양부모가 '모범적인 남편, 아내, 부모'로 묘사된 데 반해 결혼만족도 검사 중 양부가 '비일관' 영역에서 66점을 받아 '심각'으로 판명났다. 비일관은 심리 검사에서 같은 맥락의 질문을 다른 형태로 여러 번 질문을 했을 때 일관되게 응답하느냐를 알아보는 척도로 검사의 신뢰도와 깊게 연관된다.

통상 이 영역에서 66점 이상이 나오면 응답자가 불성실하게 무작위로 작성하거나, '검사에 응할 마음이 없다'고 판단해도 될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양모 또한 비일관 영역에서 61점을 받았는데, 이 역시 반응이 혼합됨을 뜻해 결코 낮은 점수가 아니다. 결국 해당 심리검사의 '답변 신뢰도가 낮다'는 지표가 버젓이 결과로 도출됐는데도 입양보고서에선 부부 모두 결혼 생활 전반에 '만족'하고 있다고 판단, 입양에 무리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게다가 심리검사의 다른 영역에서도 이들 부부는 유독 '모범적인 도덕관'에 집착하는 심리상태가 나타났다.

보고서 속 양부의 행동관찰 묘사를 살펴보면, 그는 문항만 567개인 MMPI-2 검사(다면적 인성검사)에서 '일단 응답한 뒤, 다시 진하게 표시해 이중 점검했다'고 적혔고 '통상적인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부인하고 있고, 실제보다 잘 지내고 있음을 애써 강조하려는 양상이 시사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다' '남들에게 좋게 보이고 싶어하는 태도가 반복되고 있다'고 표현됐다.

양모 역시 보고서에는 평가 상황임을 고려해도 '잘 지내고 있음을 애써 강조하려는 반응 양상'을 보인다고 돼 있으며, 규범적이고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반응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입양아 학대사건인 16개월 정인이 양부모 역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도덕적 우월성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던 터라 화성 입양아 양부모의 심리검사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전문가들은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학회장으로 재임 중인 신혜종 순천향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비일관적 반응척도'에서 심각이 나오면 (결과로) 그대로 쓸 수는 없다. 완전 재검사를 하더라도 비슷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고, 양가감정(상호 모순되는 감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문항에서 그런 답변이 나왔는지 상담자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심리검사 자체가 면담 과정에서 보충자료로 쓰이는 것"이라며 "해석을 할 때는 점수 하나가 아닌, 면담 과정 전체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