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의 부동산세제 개편 윤곽이 드러났다. '부자 감세 반대' 논리에 밀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는 물 건너갔으며, 종부세도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대신 재산세만 약간 손질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원내대표가 18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확인한 내용들이다. 정부도 유사한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7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다주택자 등에 대해 1년 동안 매물을 정리할 기회를 줬음에도 집을 팔지 않고 버텼다"며 양도세와의 전쟁을 재확인했다. 종부세 납부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에도 반대했다. 그러나 장기거주 1주택자나 소득이 없는 은퇴자, 고령자 등에 대해서는 세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나중에 주택을 팔 때 종부세를 납부하게 하는 과세 이연제 도입을 거론했다. 재산세는 감면 상한선이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4·7재보선 이후 봇물처럼 터진 부동산정책 실패 시정요구에 약간의 성의만 표시한 인상이다. 지난달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전국 성인 남·여 500명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44.0%가 완화를 희망했으며 반대는 38.4%였다. 리얼미터가 2017년 8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의 보유세 강화 지지율(67.6%)과 대조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4년 동안에 20여 차례에 걸쳐 쏟아낸 각종 규제책에도 집값 안정은커녕 고공행진에 대한 불만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다양한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산정책의 실패가 1순위로 부상해 집권여당으로서는 방치할 수 없었다. 송영길 여당대표가 부동산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유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기초자치단체장들도 한목소리로 부동산세 완화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친문계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이 17일 송 대표 면전에서 "부동산 정책실패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엉터리"라며 직격탄을 날림으로써 정책수정 논의는 흐지부지되었다. 당내 강성 의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다.

국민들은 징벌적 과세를 바로 잡으려던 세제 보완책이 용두사미라며 실망이나 세금은 민심과 직결된 문제여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포퓰리즘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존 정책프레임 하에서 현실화율 확대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