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입양아 학대 양부 구속
입양한 2세 여아를 폭행 학대한 피의자 양부 A씨가 11일 오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1.5.11 /경인일보 DB

양친가정보고서 양모 주도하 입양

입양 전제 보육원 봉사활동 증언도
양부, 동참 안해 '친밀한 만남' 없어
정황상 의문 학대와 연결 의혹 제기

화성 입양아동 학대사건에 국민들이 분노와 함께 의구심을 갖는 점은 '도대체 왜 입양했을까'이다.

그룹홈을 운영한 바 있는 사회복지사 출신의 양부모는 누구보다 학대 아동에 관한 이해와 공감이 높았을 터다. 게다가 4명의 친자녀를 '홈스쿨'로 교육할 만큼 양육에 자신감을 표했고 실제로 '양친가정조사'보고서에도 이 같은 자신들의 이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기에 입양한 지 채 10개월도 되지 않아 끔찍한 아동학대의 주범이 된 것에 대해 사건을 접한 모든 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양친가정조사보고서에 담긴 입양과정을 분석하고, 입양 전 아동이 머물렀던 아동보호시설 등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양모의 주도하에 입양이 진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입양과정에서 진행된 면담은 현재 가정의 상황을 비롯해 양부모의 성장 과정, 자녀관 등 다각도 측면에서 양부모의 면면을 살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면담 내용에서 입양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밝히는 건 양모의 서술이 대부분이다.

양모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부모와 함께 자라지 못해 상처받은 아동들의 성장 과정을 보며 건강한 가정에 대해 고민했고 어른이 된 후 그룹홈에서 생활지도사로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입양에 대한 마음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양부와는 결혼 전부터 입양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양부도 양모의 마음을 알고 함께 고민했고 결혼을 하면서 양부도 그룹홈에서 함께 일하며 아동들이 부모 없이 시설에서 성장할 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알고 입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입양 동기가 서술됐지만 양부의 관점에선 이를 찾기 어렵다.

또 경찰조사에서 양부는 "2019년에 아내와 함께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그곳에 있던 아이를 처음 만났고 이후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입양기관을 거쳐 아이를 키우게 됐다"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양모만 봉사활동을 했고 양부는 입양 절차를 진행할 때만 아이가 있는 아동보호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양모가 처음부터 '입양'을 전제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취재진이 만난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는 "양모가 그룹홈 활동을 하면서 입양을 결심했는데, 이미 친자녀가 4명이나 되는데다 소득이나 재산도 많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어떻게 입양을 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근데 우리 원에서 입양된 아동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원에 찾아왔다고 말했었고 처음부터 입양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실제 양모는 양친가정조사 면담에서도 '넷째를 낳고 더 늦어지기 전에 계획했던 입양을 준비했으나 4명의 자녀들이 있는데 왜 입양을 하려는지에 대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한때 포기하려는 마음을 갖기도 했다'고 말했을 만큼 입양을 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부는 경찰진술과 달리, 이 봉사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입양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보호시설을 몇 차례 찾은 적이 있고 이때 아이를 본 적은 있지만,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등의 친밀한 만남은 입양 전까지 없었다는 게 시설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정황을 미루어 볼 때 과연 '양부모 둘 다 아이의 입양을 간절히 원했는가'라는 의문이 발생한다. 더불어 양부의 학대 역시 이 의문과 연결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공지영·신현정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