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발달·감정 기복 등 아이 탓만
보호시설 관계자 "이해 안돼" 의문
1차 가정방문외 전화·이메일 상담만
2·3차 사후관리 양부 미포함 아쉬움
"아직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아이의 욕구에 대해 잘 모를 때가 있어 종종 어려움이 있음."
두 살배기 A양을 입양한 후 학대한 '화성 입양아 학대사건'의 양부모는 입양 후인 지난해 10월 입양기관이 가정방문한 '1차 사후관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양육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본인 의사와 맞지 않을 때 말로 표현하기보다 울음을 먼저 터트리거나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도 말을 하지 않으려 고집을 부릴 때 종종 있음."
이후 이어진 '2차 사후관리'는 이메일과 전화로만 진행됐으며 이때 양모는 1차 때보다 훨씬 강하게 양육의 어려움이 있음을 말했다.
더구나 2차 사후관리는 올해 1월이었는데, 이때는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에 학대당해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시점이라 화성 입양아동을 담당한 입양기관의 안일한 대처가 쉽사리 이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양부가 학대를 시작했다고 진술한 시점인 지난달 중순, 17일에는 '3차 사후관리'도 진행됐는데 이때도 양모는 양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발음이 부정확해서 의사소통이 어렵다거나, 감정 기복이 심할 때는 어떻게 지도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8월 입양 이후 3번이나 상담을 통한 사후관리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양부모가 지속적으로 '인지발달', '감정기복', '예민한 성격' 등 2살배기 입양아동 탓을 하며 양육의 어려움을 말했지만, 입양기관은 1차 가정방문 외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를 이유로 양모가 사무실 방문이나 가정방문 등을 거부하자 이메일과 전화로만 상담하며 '매뉴얼'대로만 움직인 셈이다.
특히 아동에 대한 학대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지난달 3차 사후관리 때 가정방문을 적극적으로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비극적인 결말이 없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남는다.
게다가 양부가 주 학대 가해자인데, 1차 사후관리 외에는 입양 후 사후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1차 사후관리에서는 양부모와 아동이 함께 상담을 받았지만, 2~3차 사후관리는 양모만 참여했다. 만약 학대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는 7월 마지막 사후관리에서 양부모 등 전 가족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정인이 사건 이후 6차례의 사후관리 모두 양부모가 참여하도록 2021년 입양실무매뉴얼이 강화돼 이달 10일부터 실시됐지만 이번 화성사건의 경우 1년에 4번, 이 중 2번 가정방문 때만 양부모 모두가 참여하는, 2020년 입양실무매뉴얼에 따라 관리가 이루어졌다.
또 입양 전까지 아동을 돌본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들은 양육의 어려움을 '아이 탓'으로만 돌리며 문제 있는 아이처럼 말한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시설 관계자들은 "입양 전부터 말귀도 알아듣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모난 행동이 없었고, 낯선 봉사자가 와도 잘 따랐을 만큼 순해 입양 후에도 자녀가 많은 가정에서 잘 지낼 거라 여겼다"며 "오히려 양모가 봉사활동을 하던 중 자신의 친자녀 중 한 명이 말을 잘 듣지 않아 키우기 힘들었다는 말도 해 경험도 있을 것인데, (입양아동이) 문제가 있다는 듯 말한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지영·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