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직속 기관인 관세평가분류원(이하 관평원)의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비리는 국민을 절망에 빠트렸다.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청사를 지어 이전을 강행했다. 이전 계획만으로 관평원 직원 82명 중 49명이 공무원 특별공급(이하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전 대상이 아니었던 이전은 당연히 무산됐다. 결과가 끔찍하다. 171억원짜리 관평원 세종 신청사는 유령 건물이 됐다. 특공 혜택을 받은 관평원 직원들은 수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앉아서 챙겼다.

관평원 사태는 개발 정보를 전유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개발요지 투기보다 악질적이다. 공공기관 및 지방공직자들의 투기가 음성적이었다면, 관평원의 특공비리는 공무원들이 노골적으로 아파트를 약탈한 행위라서다.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공개된 국가사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국민이 LH 직원 신도시 투기 사건 때보다 더 큰 분노를 쏟아낸 것은 당연하다.

사실 세종시 아파트 공무원 특공 문제는 고위공직자 청문회를 계기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지 오래였다. 실제로 이전하거나 거주하지 않고 세종시 아파트를 챙긴 고위공직자들이 청문회 때마다 쏟아져 나오자, 여론은 공무원 특공 제도의 부실을 질타했다. 특히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가격에 절망한 서민들은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막대한 특공 이익을 챙기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대규모 정부청사 이전에 따른 특례 조치였다는 점에서 가까스로 참았을 뿐이다.

그런데 대놓고 이전 대상 기관도 아닌 관평원이 유령청사를 짓고 특공혜택을 챙겼다니 참았던 분노가 폭발했다. 오송에 자리잡은 식약처, 질병관리청 등은 특공 대상이 아님에도 원격 특공 혜택을 받았다니, 공공기관 이전을 계기로 국가 공무원 전체가 아파트 잔치를 벌인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LH 사태 때는 검경합동수사단을 구성하는 등 법석을 떤 정부는, 국무총리의 조사 지시만으로 뭉개고 있다.

감사원이 25일 야당의원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형식을 통해 관평원의 유령청사와 직원 특공혜택과 관련해 관세청, 기획재정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행정안전부가 감사 대상임을 밝혔다. 이날 야3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즉각 직권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 여당은 조건 없이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