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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조(사진 왼쪽)·장창우 LH 공동노조위원장. 2021.5.26 /LH노조 제공

지주회사 개념 공공기관에 적용땐 의사결정 지연·이해충돌 발생
개혁 방안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짜맞추기식 조직해체'는 징벌적
투기 청산·청렴회복 위해 내부통제 강화 목적인데 화풀이식 처방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이하 LH노조)은 지난 3월부터 촉발된 'LH 투기 사태' 이후 사회적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쏟아지는 지탄 속에 자칫 '밥그릇 챙기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을 것이다. LH노조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지난주 모자회사 구조로 개편을 골자로 한 'LH 혁신안' 내용이 공개되면서다.

LH노조는 공분을 산 LH 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인정하면서도 혁신안 내용을 두곤 이견을 보였다. 26일 이광조·장창우 노조공동위원장은 "지주회사 개념의 모자회사 구조를 공공기관에 적용하면 옥상옥의 구조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모자회사 사이에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측은 가칭 주거복지관리공단을 모회사로 하고, 기존 LH 업무를 토지·주택, 임대주택 관리 등으로 쪼개 2~3개의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자회사는 토지·주택의 수익성을 우선해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고, 모회사는 주거복지라는 공익성을 우선으로 자회사를 관리·감독하면서 이해 충돌이 발생할 것이고 이는 곧 정책사업 추진에 어려움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LH 개혁 처방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게 LH노조 입장이다. 다만,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장 공동위원장은 "현 사태 원인 파악과 공사 개혁 처방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투기의혹이 제기되고 국무총리의 개혁안 마련 발언 이후 기재부는 발빠르게 기능 조정을 검토해 왔고 여기서 '짜맞추기식 조직해체'가 도출됐다. 완전히 징벌적 형태의 해체"라고 정의했다.

이어 "LH 직원들은 투기 의혹에 책임을 통감하고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도 요구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부동산 거래 조사를 위한 전 직원·직계비속 개인정보 동의, 준법윤리감시단 신설, 취업규칙 및 인사 규정 개정, 신고센터 신설, 사업지구 내 직원 소유 보상 배제와 같은 내부통제방안을 사측과 협의 아래 시행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인 부동산 투기 청산과 청렴 회복을 위해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게 혁신 방안의 골자인데, 본질을 벗어난 비효율적이고 화풀이식 처방을 하는 것은 무고한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LH노조가 투기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의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선 "불법 투기 근절과 조직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내부 자정노력을 기울였다. 조합원들의 결속을 독려해왔다. 외부에서 몰아치는 파고와 내부 혁신을 위해선 LH 직원들이 똘똘 뭉쳐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장 공동위원장은 "대다수 선량한 직원과 가족까지 투기꾼 내지는 투기 방조자로 몰리며 마녀사냥식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극도로 사기가 저하됐다.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다수 직원들은 주말이나 밤낮 가리지 않고 사명감으로 주거복지로드맵과 같은 정부 정책을 완수해 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부 혁신안 중 일부 부분은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들은 "퇴직 후 취업 제한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노동조합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청렴하고 윤리적인 기관으로 태어나기 위해 본질적 제도 개선에는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LH노조가 꼽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모자회사 구조로 갈 경우 '옥상옥'이 생겨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장 공동위원장은 "공공기관은 기재부로부터 경영평가와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을 모자구조로 만들면 자회사는 기재부·국토부·모회사 등으로부터 3중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자연히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져 2·4 대책이나 3기 신도시와 같은 주요 정책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모자구조 개편으로 사업 차질이 발생해 나타나는 사회적 손실이 가장 큰 문제지만, LH 조직 내부 구성원에게 미치는 파장도 크다. LH는 지난 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해 출범했다. 이 때문에 현재도 주택공사 출신과 토지공사 출신이 1명씩 노조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이·장 공동위원장은 "기관 통합은 물리적·화학적 통합에 상당한 진통을 수반한다. 우리 공사도 마찬가지로 과거 몇 년 동안 조직·인사 등에서 회사 내부 갈등이 표출됐지만 지난 2019년 토지공사·주택공사·통합노조 3개 노조가 통합이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힘겹게 통합을 이뤄냈는데 모자회사로 바뀐다고 해서 노조 조직이 분해되거나 새로 노조를 구성할 순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노조를 비롯한 LH 구성원들이 혁신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바뀌더라도 제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