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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기도내 산사태 발생 지역들이 재해복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가오는 여름 장마의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6일 오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산사태 재해 현장에서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2021.5.26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이천 호법면 호우피해 흔적 역력
주민 "올 2차 피해 막아야" 우려
잦은 봄비·사유지 동의 등 영향


"올해도 비가 많이 내린대요? 큰일인데, 큰일."

26일 오후 이천시 호법면의 한 마을. 지난해 쏟아진 호우 피해의 흔적이 역력한 집 안팎을 둘러보며 한 주민이 걱정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집 앞마당 비탈면 하단에 돌담이 쌓여 있었지만 이마저도 중간에만 있어 양옆으로 쏟아지는 토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고, 비탈면 상단은 천으로만 뒤덮여 흘러내려 오는 흙들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마을을 둘러싼 뒷산도 산사태의 영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골마다 부러진 나무들이 가지째 뒤엉켜 나무의 위와 아래를 구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의자 등 생활 쓰레기도 곳곳에 파묻혀 있었다.

여름 장마를 대비해 곳곳을 정비하고 있던 이모(60)씨는 "한 달 전부터 뒷산에서 (수해 복구) 공사를 하고 있는데 일부 구간만 하는 것 같았다"며 "(지난해) 1차 피해가 일어났으면 (올해 있을 수 있는) 2차 피해는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미 산사태로 지반이 약해져 추가 조치 없이는 더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1일부터 4일까지 이천시 호법면에는 400㎜ 가까운 비가 쏟아졌다. 당시 중부지방 기준 54일이나 장마가 이어졌다. 호법면을 비롯해 경기도 곳곳에서 수해가 속출했다.

그리고 또다시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경기도는 이날 찾은 마을 뒷산을 비롯해 산림 피해가 일어난 도내 215곳을 복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 올해 3월 본격 진행됐는데 이중 현재까지 완료된 곳은 33곳(완료율 15.4%)에 불과하다. 전체 공정률은 60% 정도지만 정작 용인, 안성과 더불어 지난해 호우 피해가 극심했던 이천은 복구를 마친 곳이 한 곳도 없다. 공정률도 50%를 넘기지 못한 상태다.

일부 지역의 복구 사업 진행 속도가 늦어지는 데는 해당 산지의 특성, 최근 잦았던 봄비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경기도 등의 설명이다.

산사태 피해 복구는 산속에서 진행되는데 비가 내리면 이틀은 족히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행정적 절차도 발목을 잡는 데 한몫을 했다. 대다수의 산지는 사유지로, 복구 작업을 진행하려면 법적으로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동의를 안 해주는 경우도 있고 등기부등본상 주소지로 내용을 알려도 연락이 안 닿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다음 달 말까지는 복구를 완료하도록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시·군에 촉구 공문을 보내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인범·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