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가계부채가 눈길을 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 잠정치'에 따르면 가계 빚은 1천765조원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이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은행, 보험사,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돈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전반적인 가계채무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주식, 부동산, 빚투(빚내서 투자) 등 자산시장 급등에 편승하려는 흐름이 강해진 탓이다. 코로나19 경계감이 완화되며 신용카드 소비가 늘어난 것도 가계 빚 폭증을 부채질했다. 1분기 판매신용 잔액은 99조원으로 1년 새 10.5%나 급증했다.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빚도 늘어나는 법이어서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를 경신할 수밖에 없지만 증가하는 속도가 문제이다. 정부의 대출규제와 시장금리 상승에도 가계신용이 1년 만에 9.5%(154조원)나 급증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설정한 올해 관리목표치(5∼6%)를 가볍게 넘어섰다.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대출증가세가 꺾이는 것이 일반적이나 코로나19가 자산 버블을 유발하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이다. 한국의 가계 빚 증가속도는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크다.

가계부채가 클수록 경기회복은 더뎌진다. 소득보다 부채증가 속도가 크면 가계의 소비 여력은 떨어지는데 이는 고용 탄력성이 큰 서비스업의 회복을 더디게 해 일자리 충격이 장기화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금리 인상인데 경기회복이 주목된다. 소비심리가 5개월 연속 개선 중이며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도 지난달에는 10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시현해서 정부는 올해의 성장률 목표를 당초 3.0%에서 3%대 후반으로 수정할 예정이다.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2.3% 오르며 3년 8개월 만에 최대인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이 2~3개월 계속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운운은 설상가상이어서 물가 당국의 고민도 깊어진다. 긴축 모드로 전환하자니 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가계부채 폭증을 놔두면 경제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계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원리금 상환유예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가계부채 연착륙을 준비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