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스펙' 쌓으려 잇단 지원
잡무 맡기고 임금 없이 '노동 착취'
'1365포털' 모집 공고 대다수 차지
전문가들, 당국 체계화 필요성 언급
경기도 내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산하기관이 자원봉사를 빙자한 '공짜노동'을 청년들에게 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원봉사와 노동의 불명확한 기준을 악용하는 것인데,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봉사시간이라도 인증받아 '스펙'을 쌓기 위해 동원되는 모양새다.
수원시 산하 청년지원센터(청년바람지대)는 최근 '공간 대관 관리 및 사무업무지원' 제목의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정부의 1365자원봉사포털에 올렸다. 이 공고에는 봉사활동 시간을 월~토 주 6일, 오전 9시~낮 12시(3시간)와 오후 1~6시(5시간)로 나눠 각 2명씩 총 4명을 모집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를 놓고 센터 측 SNS에는 '모집 내용은 근로자에 가까운데 공간 관리자를 자원봉사처럼 뽑으면 안 된다'는 등의 항의성 댓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같이 사실상 노동 인력을 뽑는 것이지만 임금 없이 봉사시간만 지급하는 공공기관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65자원봉사포털에 따르면 경기 지역 자원봉사 모집공고는 현재까지 1천377건으로 고양·용인·성남 등 대다수 지자체 산하기관들이 노동인력을 대체할 자원봉사자를 뽑고 있다.
이들 기관은 대개 봉사기간을 1~2개월로 두고 시설관리·출입명부작성·행사보조·주차안내·질서유지·서재관리·청소 등의 업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1개월 이상 활동하는 사람을 우대하는 곳도 있어 사실상 '노동 착취'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코로나19가 3년째 이어지면서 자원봉사 공고의 3분의1이 발열체크와 출입명부관리 등 방역업무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색키워드로 확인결과 전체 자원봉사 공고 1천377건 가운데 '출입'이 151건, '발열'이 218건으로 파악돼 모두 369건(27%)이 코로나19 관련 봉사로 나타났다.
도내에는 자원봉사자가 현재 90만4천569명이 등록돼 있다. 연령별로는 10대(14세 이상) 12만6천844명, 20대 13만8천796명, 30대 3만9천10명, 40대 14만140명 등이다. 이 중 10·20대가 전체의 30%가량을 차지하며 주로 대학 입시와 취업 전선에 있는 청소년·청년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자치단체가 자원봉사를 악용한다며 정부 등 관리 당국이 체계를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용인대 박은하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취업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으려는 학생들도 여럿 있어 일부 시설이 이를 악용해 노동을 착취하는 행태가 있다"고 했으며, 숭실대 허준수 사회복지대학원장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자원봉사체계를 일원화해 각 시설이 중구난방식으로 봉사자를 모집하는 현재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원봉사로 보는 일정 기준인 무보수성, 공익성 등이 있으나 관점에 따라 봉사가 아닌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면서 "지나치게 노동 성격이 강하다는 민원이 제기되면 점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