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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 길에서 산책 하는 보행자 사이로 자전거 한 대가 위태롭게 지나가고 있다. 2021.6.15 /공지영기자jyg@kyeongin.com

수원시 장안구 수원천 길, 산책을 나온 할머니가 주변을 살피며 통행로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폭 2m 남짓한 하천길에는 인도와 자전거도로 간 구분이 없어서 할머니는 최대한 통행로 가장자리로만 걸었다. 그럼에도 자전거 한 대가 할머니와 맞은편 보행자 사이를 가로질러 갔다. 이렇게 할머니와 자전거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은 이후로도 여러 번 연출됐다.

수원천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76) 할머니는 "도시에서 이렇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정말 좋지만, 자전거랑 함께 다니는 길이 나 같은 노인에게 특히 더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자전거 운전자 박모(45)씨는 "한 달에 5번은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도로가 구분이 없어 나도 매번 당황스럽다"며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 운중천도 산책과 자전거 이용이 높은 하천 명소이지만, 도로 간 구분이 없어 운중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부딪힐 뻔한 위험한 상황도 줄곧 연출됐다. 그러나 운중천 역시 도로 바닥에 적힌 '보행자 주의', '천천히'라는 문구 외에 별다른 안전 조치가 없었다.

경기도 내 도심 속 산책로로 유명한 '하천길'이 안전조치 미흡으로 사람과 자전거의 위험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다. 인도와 자전거길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탓에 하천길 자전거와 보행자 충돌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이 집계한 지난해 수원시 자전거 보행자 충돌 사고는 38건이며, 그중 7건이 도심 속 하천길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성남시 자전거 보행자 충돌 사고는 32건이며, 그중 8건이 하천길에서 발생했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동시에 통행하는 도내 도심 하천길 대다수는 인도와 자전거길의 경계를 표시하지 않은 '비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다.

문제는 이들 하천길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에 대한 정확한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비분리형'으로 운영돼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전거 이용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설치 시 분리형을 우선 검토해야 하며, 비분리형은 보행량이나 자전거 교통량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등 부득이한 상황에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이들 하천길을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하천길이 보행·자전거 교통량 수요가 높아 충돌 사고 위험이 크다고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도로 폭이 좁거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도로 폭이 좁다 보니 분리하지 못했었다"며 "예전부터 하천길에서 자전거 통행이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주민 간담회에서 나와 산책로를 넓혀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처음부터 길이 그렇게 만들어져서 분리할 수 없었다"며 추가 안전 조치나 자전거 도로 분리 계획에 대해서는 "다른 여러 하천도 관리하다 보니 있는 예산을 최대한 반영해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라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기도는 지난 2017년 '자전거이용 활성화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자전거 도로 확충과 정비 등에 대한 사업을 추진하겠다 발표했다. 광교호수공원 등 경기도에 새로 조성된 공원 보행로는 경계를 표시하거나 분리대를 설치해 안전 조치를 한 '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인 반면, 하천 산책로는 여전히 비분리형으로 남은 채 분리형이 검토되지 않는 곳이 많은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하천길 자전거도로 정비는 계획에 있었으나 실제 사업화되지 않았다"며 "비분리형을 분리형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도로 폭을 확장해야 하는데, 하천 정비와 함께 진행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공지영기자·고건수습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