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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경제부 기자
올해 한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 의왕이다. 의왕 근처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내게 이런 광경은 생경하기만 하다. 의왕은 가기 힘든 동네였다. 의왕역 근처에는 친구들과 만날 장소가 부족했고 이 때문에 만남 장소는 늘 안양역이나 범계역같이 역 주변 번화가가 되곤 했다.

의왕 아파트값 상승 이유는 바로 철도다. 인덕원~동탄선부터 GTX까지 각종 철도 호재는 의왕 아파트 미래 가치의 보증수표가 됐다. 4차 철도 구축망 계획을 경기도 지도와 포개 보면 핏줄 같이 뻗은 철도 노선이 복잡하게 얽힌 미래 경기도의 모습이 나타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도 부동산 불패 신화의 가장 든든한 후원군을 바로 이 철도가 담당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임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경기·인천·서울을 엮은 '메가시티'를 제안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은 물론이고 도쿄를 중심으로 한 일본, 상하이와 같은 현대 메가시티 모두 인접 도시와 묶어 광역도시를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수년 전엔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정치인의 자충수 정도로 여겨졌던 메가시티 구상이 4차 철도망 계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언(空言)처럼 들리지만은 않는다.

수도권 외 지역에선 경기도를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높은 수준의 정주 여건을 찾아, 일자리와 학교를 찾아 수도권으로 온 인구를 모두 빨아들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블랙홀의 중력을 형성하는 동력도 바로 철도다. 철도를 통해 경기도의 중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지만 실은 서울 중심부로 더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블랙홀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서울과 경기도의 차이는 더욱 흐릿해졌다.

다음 철도 계획이 완성되는 2030년까지 경기도 블랙홀은 더욱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은 인구일 뿐 아니라 지역성일지도 모른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