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에 첫발 내디딘 새 식구가 생겼다
원조 짜장면을 먹고 중구 개항장도 둘러보고
인천의 어제와 오늘 역사 현장을 순회한다
범죄 보도·개선 이끄는 역할도 알아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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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재 인천본사 사회팀장
새 식구가 생겼다. 지역 언론에 첫발을 내디딘 '수습' 기자들이다. 이 후배들은 '수습' 꼬리표를 뗄 때까지 수개월 간 교육을 받게 된다.

과거 수습기자들은 소위 '사스마와리'라는 혹독한 취재 훈련을 견뎌내야 했다. 출퇴근이란 개념이 없었다. 눈만 감았다 하면 그대로 곯아떨어질 만큼 잠이 부족했다. 그렇게 밤낮 가리지 않고 경찰서와 병원 응급실 등을 숨 가쁘게 돌며 사건·사고를 챙기도록 하는 한국 언론의 독특한 교육 방식이었다. 지금은 이런 낡은 관행의 교육만을 고집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최근 경인일보 공채에 최종 합격한 인천본사 막내 수습기자들은 틈틈이 '인천 탐방'을 하고 있다. 처음 찾아간 곳은 인천 중구 개항장 일대였다. 서구 열강의 문물을 처음 받아들인 인천, 더 나아가 한국의 근현대사를 증언하는 곳이다. 중구청을 오래 출입한 '부장' 선배가 '일일교사'로 동행했다.

신포국제시장, 인천 최초의 서구식 성당인 답동성당, 이길여산부인과 기념관, 애관극장, 우리나라 첫 개신교회인 인천내리교회, 청일 조계지 경계석, 자유공원(맥아더 동상, 한미수교100주년기념탑), 홍예문, 백범 김구 선생이 투옥됐던 인천감리서 터…. 장장 6시간을 걷고 또 걸었다. 차이나타운에 가서 인천이 원조인 '짜장면'도 먹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인 남동유수지에도 가봤다. 여기에 둥지를 튼 저어새들이 먹이터로 삼는 송도갯벌에는 배곧대교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건설 계획 등이 추진 중이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반입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현장도 둘러봤다. 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선언하고, 영흥도에 인천 자체 매립지(에코랜드) 조성을 추진하면서 수도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곳이다. 드림파크 골프장(매립이 끝난 제1매립장)에서 경치를 만끽하던 수습기자들은 발아래 폐기물이 묻혀 있다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측의 설명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또 서해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해 설치된 인천항 갑문 등을 돌아보기도 했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인천축구전용경기장 등도 다녀왔다. 각 출입처 기자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후배들의 인천 탐방을 도왔다. 이렇게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수습기자들은 자유롭게 글로 써 토론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신문 읽기도 인천을 알아가는 교육의 한 과정이다. 수습기자들은 경인일보 지면을 채우고 있는 크고 작은 기사에서 인천의 또 다른 모습을 접한다. 한 수습기자는 "인천에선 늘 이렇게 큰 사건들이 생기냐"고 어느 기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올 들어 유독 인천에선 끔찍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 등으로 새 학기 등교 첫날에 목숨을 잃은 초등학생, 말다툼 중 친누나를 살해해 농수로에 유기한 남동생, 시비 끝에 손님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버린 노래주점 업주 등등…. 사건 발생 이후 수사, 재판 등이 이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독자들에게 어두운 소식을 많이 전하게 된다.

온라인에선 인천이 '마계'(魔界) 등으로 비하되곤 한다. 마치 잔혹한 범죄가 곳곳에서 들끓는 도시처럼…. 인천의 언론 매체 기자들이 각종 사건·사고를 보도하는데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론에서 강력범죄 등을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유사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이유가 크다. 이를테면 장기간 학교에 나오지 않던 인천 중구의 한 초등학생이 부모의 학대 등으로 온몸에 상처와 멍이 든 채 숨진 사건(3월4일자 6면 보도)이 그렇다. 경인일보 사회팀 기자들은 교육 당국의 '무단결석 아동 안전 관리망'이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사실을 밝혀냈다. 또 후속 보도를 통해 5일 이상 가정·체험학습을 신청한 학생의 경우 담임교사가 주 1회 통화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 수습기자가 지역화폐인 '인천e음카드'를 발급받았다며 좋아했다. 인천이 새 식구를 맞이한 셈이다.

/임승재 인천본사 사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