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현장은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매우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택배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일이 또 발생하면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만 벌써 택배 노동자 20여명이 과로사로 숨졌고, 정부와 택배 노사 등은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 기구까지 만들었지만, 현장은 바뀐 게 없다는 주장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경기지부(이하 택배노조 경기지부)는 31일 오전 11시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시간 노동 근절, 표준계약서, 주 5일제, 비리·불법 대리점 퇴출 등은 택배 노동자가 응당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2일 서울시 마포구 배송을 담당한 로젠택배 노동자 A(44)씨가 매일 아침 7시부터 분류작업을 시작으로 하루 12시간씩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A씨 뿐만 아니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는 지난해부터 반복적으로 일어났고, 택배노조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까지 세워 해결을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1월 택배 노사와 함께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막기 위해 사회적 합의 기구를 구성했고, 1차 합의문도 내놨다. 당시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을 택배사가 전담하기로 했지만, 시행 시기를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또한, 택배 노동자의 처우개선방안 등을 담은 사회적 합의 기구의 합의문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택배노조 경기지부는 "택배사들에게 택배 노동자들은 언제나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 레일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연이은 과로사는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매우 기본적인 노동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택배현장의 참혹함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사들은 이미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고자 마련된 사회적 합의 기구 안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며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려는 조치들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택배요금을 인상하기로 하였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추가 영업이익을 올리려고 한다거나 과로사 방지를 위한 노력은 뒤로 한 채 자사 물량확보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규협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부본부장도 "택배 노동자들은 개인 사업자라는 이유로 현대, 로젠 마크를 달고 일하다 과로사에 직면해도 택배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기 바쁘다"며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막겠다고 해 투쟁도 중단했지만, 6개월가량이 지난 지금 택배사들은 막대한 이윤을 취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진보당 경기도장 신건수 위원장도 "택배 노동자에 대한 과로사 책임은 택배사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하며, 정부도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기지역을 포함한 전국 10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졌다. 택배노조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막기 위한 분류작업 해방은 물론 노동시간 단축과 수수료 인상,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경기도청부터 수원역까지 차량 시위를 이어갔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