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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 2세 여아를 폭행 학대한 피의자 양부 A씨가 11일 오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1.5.11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檢, 학대 발각될까 방치 인정 불구

"뇌출혈 예견 못해" 변명 받아준셈
정인이때도 여론 뭇매 논란 불보듯
"아이 악화땐 공소장 변경 가능해"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화성입양아동 학대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는 아동학대중상해죄로 양부를 기소했다.

2살 아이가 양부에게 수차례 뺨을 맞은 직후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고, 의식을 잃은 줄 알면서도 7시간을 방치해 사건 발생 한 달째 혼수상태에 놓였는데도 '뺨'을 때려 뇌출혈을 일으켰음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 역시 초기에는 검찰이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아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어 이번에도 큰 논란이 예상된다.

3일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발표한 수사결과는 양부가 2살 입양아동을 지속적으로 학대했다는 점과 함께 학대의 수위가 강해져 사건 당일 발생한 학대로 외상성 경막하출혈이 일어났으며 의식을 잃은 아동의 상태를 알면서도 학대가 발각될까 방치했다는 혐의점을 모두 인정했다.

그럼에도 '뇌출혈을 일으킬 줄은 예견하지 못했다'는 양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정인이 사건 초기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변명을 그대로 받아준 셈이다.

정인이 사건도 검찰이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고 '아동학대치사죄'로 양모를 기소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살인죄로 죄명을 변경한 바 있다. 이번 사건도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면 처벌이 더 강력한 '살인미수'로 변경할 수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양부의 학대 이유는 사소했다. 지난 4월 중순 자신의 집 안방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등긁이와 구둣주걱으로 4회에 걸쳐 피해자의 손바닥과 발바닥을 수차례 때리면서 학대가 시작됐다.

지난달 6일 밤 10시께 잠투정을 하며 운다는 이유로 피해자 뺨을 강하게 때려 아이가 넘어지기도 했고 사건 당일인 8일 오전 11시께 역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 뺨을 4차례나 세게 때려 아이를 4번 연속 넘어뜨리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렇게 맞고 쓰러진 아이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며 의식을 잃었는데, 이때 외상성 경막하출혈이 발생했다.

학대 아동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을 운영한 적 있는 사회복지사 출신에, 나이가 어린 친자녀 4명을 양육하고 있는 양부모가 '잠투정', '고집을 부린다', '언어습득이 늦다'는 이유로 입양아동을 폭행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검찰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이가 '잠을 자는 줄 알았다'는 양부모의 진술도 인정하지 않았다. 양부모는 피해 아동이 사건 당일 거실에 있는 30㎝ 높이 의자에서 혼자 넘어져 다쳤다고 주장했지만, 당일 현장에 같이 있던 친자녀들이 '피해자가 의자에서 넘어진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며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이 얼굴에 심한 멍이 들고 몸이 축 처져 있는 상태였는데, '자는 아이는 이동할 때 몸의 뒤척임이 있으나 뇌출혈로 의식이 없는 아이는 축 처지는 증세로 자는 아이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전문가 자문을 들어 양부모가 학대 사실이 발각될까 우려해 방치(의료적 방임)했다고 봤다.

무수한 정황에도 검찰은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뺨 때린 행위만으로 살인미수로 보기엔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며 "다만 아동 건강 상태가 악화되면 아동학대치사로 공소장 변경이 가능하고 이 경우 무기징역까지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민영 형법전문변호사는 "뺨을 때린 것은 중상해가 맞지만 아이가 어리고 머리쪽을 여러 번 때렸다는 점에서 살인미수까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이 매우 어리고 뺨을 여러 차례 맞았다면 사실상 사망까지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라 살인미수가 맞다"며 "정인이 사건만 봐도 학대한 부모가 스스로 범행을 인정하는 말을 내뱉진 않는다. 그럼에도 검찰이 중상해 기소에 그친 것은 아동학대 근절 의지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쓰러진 지 7시간 만에 병원에 옮겨진 아동은 이미 우측 뇌 상당 부분이 손상된 반혼수상태(Semi-coma)였고 응급수술 후 치료를 받았지만, 혼수상태(Coma)로 악화돼 현재 연명치료 중이다. 외부 자극에 반응이 있는 반혼수상태와 달리 혼수상태는 외부 자극에 반응이 전혀 없는, 사실상 뇌사를 뜻한다.

/공지영·이시은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