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비율 21%로 낮추고 산업용지 신설
투자자 난항·코로나… 사업 재설정 잘한 일
이번 계획변경으로 정상화 길 접어들길 바라
당시 로봇랜드 개발 콘셉트는 '로봇을 주제로 한 미래형 테마파크'였다. 지자체들은 로봇랜드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했다. 로봇랜드 조성·운영과정에서 연간 1만9천명의 고용유발효과와 9조2천859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로봇랜드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예비사업자 발표를 연기하는 일도 있었다. 각 지역 정치권이 유치전에 가세하면서 국책사업이 정치 논리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지자체 간 갈등이 나타나고 후유증이 우려되자 공모 방식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됐다.
인천은 글로벌화 전략, 사업성, 재정 조달 측면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경남 마산과 함께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처럼 어렵게 유치한 로봇랜드지만 현재 상황은 실망스럽다. 인천로봇랜드 조성 부지(76만7천여㎡)에는 23층짜리 '로봇산업지원센터'와 5층 규모의 '로봇연구소'만 덩그러니 있다. 로봇산업지원센터와 로봇연구소가 사용 승인을 받은 건 2017년 7월로, 이들 공익시설을 짓는 데만 약 10년 걸린 셈이다. 지식경제부와 인천시 애초 계획대로라면 인천로봇랜드 전체 시설은 2013년에 개장했어야 한다.
코로나19로 4차 산업혁명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비대면 문화 확산은 디지털 전환의 기폭제가 됐다. 로봇산업도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물류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인천은 로봇랜드 조성사업을 어렵게 유치해 놓고도 10여 년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로봇 관련 최첨단 연구소,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센터, 로봇대학원, 워터파크 등이 어우러지는 산업 연계형 복합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인천시의 계획은 장밋빛 청사진에 그쳤다.
유치 이후 인천로봇랜드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문제도 있다. 새로운 인프라나 사업을 유치할 때는 지역사회의 관심이 달아올랐다가 유치 후에는 바로 식어버리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천이 로봇랜드 유치를 위해 강점으로 내세웠던 사업들도 지지부진하다. 인천공항 접근성을 향상할 제3연륙교(청라~영종)는 사업 추진 14년 만인 지난해 말 착공했다. 2005년 8월 개발계획이 승인·고시된 청라국제업무단지는 장기간 표류하다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
인천시는 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테마파크 비율을 45%에서 21%로 낮추고 산업용지(22%)를 신설했다. 또 테마파크 개발 방향을 '실외 놀이시설' 중심에서 '교육·전시·체험 공간'으로 선회했다. 테마파크는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반면 사업비 회수기간은 길어 투자자 찾기가 어렵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져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인천시가 늦게나마 인천로봇랜드 사업 방향을 '놀이동산 중심의 단지개발'에서 '로봇산업 육성'으로 재설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인천로봇랜드 사업을 단순한 땅(land) 개발사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천로봇랜드가 이번 실행계획 변경으로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으면 한다. 로봇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로봇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하기 바란다. 특히 인천로봇랜드는 사업 추진 구조가 복잡하다. 인천시, 인천테크노파크, 인천도시공사, 민간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들 기관·기업이 현안에 대해 서로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고 힘을 모아야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목동훈 인천본사 정치·경제총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