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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연합뉴스

'정인이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이 아동학대사건 발생시 적극적으로 개입해 아동의 입장에서 수사하겠다고 피력했지만, 유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데도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가 직접 수사한 화성 입양아동학대사건은 뇌출혈로 쓰러진 피해아동을 장시간 방치한 혐의 등에 대해 양부모 진술에만 의존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8일 양부에게 4차례 뺨을 맞고 넘어지길 반복하다 쓰러진 피해 아동은 뇌출혈을 일으켜 의식불명에 빠졌는데 양부모는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약 7시간 뒤 자가용으로 인근 병원에 아동을 데려갔다.

이를 두고 검찰은 양부모가 학대사실이 발각될까 일부러 방치했다고 보고 양부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의료적 방임) 혐의를 추가한 반면, 경찰은 "아이가 자는 줄 알았다"는 양부모 진술을 그대로 인정해 피해 아동을 7시간 가량 방치한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양모에 대해서만 양부의 학대를 알면서 묵인함 것과 상처를 보고도 적절한 의료 행위를 취하지 않았다며 아동 유기·방임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뇌출혈의 경우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학적 상식에 더해 실제로 아이를 치료 중인 병원에서도 "지체 없이 바로 왔다면 상태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소견까지 본지 취재결과 나온 상황에서 정작 경찰이 이를 염두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당시에도 의구심(5월 17일자 7면보도='의식불명' 화성 2살 입양아… "'지속적 학대' 가능성 크다")을 자아냈다.

또한 경찰 조사에선 양부모가 사건 당일 오전 11시께 아동을 폭행한 뒤 자녀들과 함께 1시간여 동안 인근 외갓집을 다녀왔다고 밝혔는데, 검찰은 외갓집으로 이동하는 중 아이가 뇌출혈 의심 증상 중 하나인 구토를 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공개했다.

더불어 검찰은 전문의 자문 등을 통해 뇌출혈로 인해 '몸이 축 처지는 상태'와 '자는' 아이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과 얼굴에 심한 멍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장시간 방치 이유가 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아동 관련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선 경찰의 아동학대 수사가 여전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수사 태도 전환을 요구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이가 7시간이나 낮잠을 자고 있는 줄 알았다는 주장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아동학대사건의)모든 부분에 있어 경찰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아동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묻고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원근·이시은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