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로만 접했던 지난해 집중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한 건 9개월 뒤인 지난달 26일이었다. 이천시 호법면의 마을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줬다. 한 주민은 뒷산에서 흘러 내려온 나무와 토사가 집안까지 들이닥치자 앞마당마저 무너지는 건 아닌가 싶어 우산을 쓰고 하루 종일 바라봤다고 한다. 삼거리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본인의 밭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겨울에는 손 하나 까딱 못하다가 올 봄 농사 때문에 포클레인을 불러 어떻게 정리했는지 상세히 설명해줬다.
마을 뒷산도 산사태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역력했다. 산길 위로는 골마다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뒤엉겨 있었고 아래로는 생활 쓰레기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 몸 만한 돌이 쌓여 있는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편에서는 작업자들이 이중으로 쌓인 돌 사이사이를 시멘트로 메우고 있었다. 작업장 인근에는 '2020년 산사태 재해복구공사'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가 나무 기둥에 묶여 있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집중 호우 피해를 입은 산림지역 215곳을 복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까지 공사를 마친 곳은 33곳으로 이 마을 뒷산을 포함해 많은 지역들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는 전체 공정률이 60%로 이달 안까지 복구를 완료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의 폭우가 과거가 아닌 현재인 이들에겐 '공정률 60%'는 가닿지 않는 이야기다. 코앞으로 다가온 장마에 이들은 또다시 피해가 반복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달 정도 공사를 진행하는 것 같던데 위쪽만 하고 아래쪽까지는 복구를 안 하더라고. 땜질 처방이지. 몸이 아픈데 그냥 파스 하나 붙인 거야."
/남국성 정치부 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