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선배가 퇴사후 경험없이 고깃집을 냈다
문제는 신선도 외면 팔기 급급 1년만에 폐업
인간은 최악타이밍에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
잘못된 선택 쪽박… 어디서든 일어날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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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디지털취재팀장
오래전의 일이다. 어느 날 대학 선배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깃집을 차렸다는 연락을 받았다. 소식을 듣고 찾아간 식당은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선배는 식당을 운영해본 경험은 없었다. 식당에서 만난 선배는 꼼꼼하게 준비했다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선배의 전 직장 동료들과 학교 선후배, 일가친척들이 한동안 가게를 찾았다. 식당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개업 이후 지인들이 찾다가 점차 줄어든 시기가 있다. 속된 말로 '개업발'이 떨어진다고 표현한다. 선배의 식당도 그렇게 지인들의 발길이 줄면서 준비한 고기가 냉장고에 쌓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냉동이나 냉장으로 보관한다고 해도 갓 들여온 고기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배는 손님이 올 때마다 신선한 고기보다 먼저 들여온 고기를 팔았다. 손님들의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손님들의 입맛이 까다롭다는 것을 깨닫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예상했겠지만 결국, 선배는 개업한 지 일 년이 채 못 가 식당을 접었다. 폐업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고기 신선도와 맛이 영향을 미쳤다. '맛있는 음식을 내놓겠다'는 생각보다 '비싸게 들여온 고기를 상하기 전에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있는데 식당이 제대로 운영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선배는 음식재료를 단순히 '재고'로만 생각했다. 식당 운영은 상점처럼 썩지 않는 물건을 놓고 파는 것과는 다르다. 음식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식당 운영 경험도 없는 데다 갑자기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신선도를 따질 여유가 있었겠느냐"는 일부 동정론과 격려도 있었지만, 폐업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인 모임에서 간혹 선배의 고깃집 사연을 꺼내면 "먼저 사놓은 고기를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신선한 고기를 내놓을 생각을 왜 안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과연 그 선배의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다르게 행동했을까"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영국 언론인 톰 필립은 '인간의 흑역사'라는 책에서 "인간은 최악의 타이밍에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고 썼다. 인간의 뇌는 오류를 깨닫는 것을 아주 질색하는데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정보가 그득 쌓여 있어도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믿음에 부합하는 증거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다른 증거는 외면하는 심리상태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확증 편향'보다 더 무서운 것이 '선택 지지 편향'이다. 내가 내린 선택이니까 옳은 선택이어야 하고, 그것이 옳다는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다행히 정말 옳은 판단이면 대박이겠지만, 잘못된 판단이면 단순한 쪽박 이상의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자도 잘못된 판단을 고집하다 큰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그때는 아무리 옆에서 잘못된 판단이라고 충고해도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더 굳게 믿고 주변에서 왜 난리를 치면서 말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판단이 불러온 결과는 혹독했다. 최악의 순간에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지 못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닥쳐올 파국이 두렵기 때문이다.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것을 포기하는 것은 단순한 실패를 겪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잃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할 수 없는 '무능(無能)'과 그 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는 다른 얘기다. '일머리'를 알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능력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덤벼들어 잘못된 판단만 고집하면 낭패를 보게 마련이다. 최악의 순간에 벌어지는 어이없는 실수는 고깃집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이진호 인천본사 디지털취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