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평가·연봉인상·인센티브 결정
'권한 비대해져 비극적 사태' 분석
임원직급 폐지 능력 중심주의 표방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40대 네이버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6월7일 인터넷 보도='괴로움 호소했었다'… 동료 증언으로 드러난 네이버 직원 비극적 선택 이면)의 배경에는 네이버 비등기 임원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책임리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책임리더를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네이버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이하 공동성명)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 기준으로 네이버 책임리더는 모두 107명이다. 네이버는 상법상 필수 임원인 사내외이사 7명이 이사회를 꾸려 최고 의결 기구 역할을 한다.
그 아래 소수의 사내독립기업(CIC·Company-In-Company) 대표와 '책임리더'가 있는 구조다. 네이버 총 근무 직원 4천51명 중 책임리더를 포함한 주요리더는 모두 120명이다. 전체 인원의 3%가 채 되지 않는 책임리더들은 사내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비등기 임원 책임리더는 네이버 핵심 사업을 이끌며 사원의 업무 평가, 연봉 인상·인센티브 제공을 결정한다. 지난 2018년 설립된 공동성명이 네이버 사측과 임금협상을 통해 임금 인상률을 확정하면 그 인상분을 가지고 사원들에게 어떻게 분배할지는 책임리더가 결정하는 식이다.
공동성명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전반적인 인사권을 쥔 책임리더의 권한이 비대해져 최근 비극적인 상황이 잉태됐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소수 임원을 제외한 임원직급을 폐지했다. 이후 2019년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할 '책임리더'가 다시 등장했다. 임원과 직원의 경계선을 없애기 위해 임원직급을 폐지한 네이버는 능력 중심주의를 표방하며 책임리더를 선임했다.
책임리더에게는 7개의 CIC 대표를 돕고 사원을 관리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2019년 7월 당시 68명이었던 책임리더는 현재 107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네이버는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서비스를 다양화하기 위해선 의사결정을 빠르고 손쉽게 할 필요가 있어, 인사와 재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CIC를 뒀다. '네이버 웹툰'이 바로 CIC에서 독립 분사한 대표적인 사례다.
CIC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직원의 책임감을 키우기 위해 도입한 게 책임리더 제도지만, 최근 불거진 문제를 계기로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동성명 측은 "책임리더 제도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핵심은 책임리더를 견제할 제도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네이버가 공장처럼 생산량을 기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회사는 아니지만, 성과급·연봉을 책정할 때 납득할 만한 기준은 필요하다. 현재는 책임리더가 특정인에 몰아주기를 하더라도 조직 내부에서 경고할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