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다른팀 면접 통과해야 근무
사원증 박탈·메일·인트라넷 정지
카카오, 분사·인수합병 정보 차단
"윗선 일정 맞추라는 압박 스트레스"
"'프로젝트 폭파'가 불러온 후폭풍."
카카오 직원 A씨는 최근 판교 IT 대기업에서 불거진 '대기발령' 문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판교를 대표하는 게임업체 넥슨은 지난달 넥슨코리아와 자회사 네오플 직원 16명에게 3개월 대기발령·휴업수당(임금의 75%)만 지급하는 조치를 내렸고, 이에 반발한 직원들은 지난 1일 판교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카카오와 넥슨은 모두 새로운 게임이나 IT서비스 개발을 고정된 팀이 아닌 일시적 프로젝트로 진행하는데, 새로운 서비스나 게임 출시가 보류되는 이른바 '프로젝트 폭파' 사태를 맞으면 기존 프로젝트에 투입된 직원들은 소위 '멘붕'(당혹스러운 심리 상태)에 빠진다.
넥슨의 경우 정규직 직원이라 할지라도 사내 다른 프로젝트 팀의 면접을 통과해야만 업무가 부여되고, 통과하지 못하면 별도 팀에서 무기한 대기해야 한다.
이번에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들은 1년 이상 사내구직을 해 온 직원들로 이미 사원증이 박탈된 건 물론 회사 메일·사내 인트라넷 계정도 정지됐다. 넥슨 노조는 이런 상황을 사실상의 해고 조치로 해석한다.
넥슨은 지난 2019년 모바일 5종, 온라인 1종 게임이 '프로젝트 폭파'됐고, 지난해엔 모바일 4종 게임이 역시 같은 운명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진 직원이 600명가량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 노조는 이들 상당수가 사직을 하거나 이직을 선택해 현재 40명만이 전환배치 대기중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 노조의 입장도 비슷하다. 프로젝트 폭파는 물론 신규 투자와 서비스 출시에 따라 분사와 인수합병이 잦은데, 이 과정에서 전환 배치되는 직원들에게 관련 정보를 미리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분사나 합병에 따라 이동이 잦은데, 특히 IT 기업 특성상 이런 상황이 지나치게 많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또 카카오 단체협약에는 정보공개 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경영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카카오 노조의 주장이기도 하다.
카카오 직원 A씨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드롭'(중단)되는 경우가 많고 윗선들로부터 출시 일정을 맞추라는 '푸시'(압박)도 커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드롭은 전적으로 회사의 결정인데 열심히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직원들이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넥슨 측은 "업무가 없어 휴업으로 전환된 것으로 '휴업수당'에 해당하는 임금의 75%를 지원하고 있다. 임금 삭감 개념이 아니다. 3개월 후 복귀 시에는 다시 임금의 100%를 지급한다"고 했고, 카카오 측은 "사례가 워낙 광범위해 전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폭파 프로젝트를 맡은 직원을 대상으로 사전 협의 및 재교육이 충분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