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40만원대 일반학원比 '반값'
감각저하 실주행땐 부작용 우려도
"상호에 면허 쓰면 불법 교묘히 회피"
"모니터로만 하던 도로 주행, 현실에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최근 전국적으로 VR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운전면허 학원이 성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운전면허 학원보다 가격이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실제 도로운전을 할 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9일 오후, 기자가 직접 경기도 내 한 'VR 운전면허 학원'을 방문했다. 통상 주행이 가능한 넓은 연습장을 가지고 있는 일반 운전 연습장과 달리 시내 한복판의 상가 건물 4층에 위치했다.
내부는 마치 오락실 드라이브 게임처럼 운전연습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들이 있었다. 시뮬레이터 앞에 앉으니 운전석을 그대로 옮겨둔 듯 방향 지시등, 핸들 등이 눈에 띄었다. 운전 중 돌발 상황도 비슷하게 재현됐다. 도로 주행 중 빨간불 멈춤 신호를 어기고 좌회전 차선을 내달리는 차량이 보였다.
학원 강사는 "운전이 미숙한 이들은 앞서가는 차량을 따라가다 신호 위반으로 실격되기도 한다"고 했다.
막상 시뮬레이터로 운전을 해보니, 실제 도로 상황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다. 자동차 바퀴와 바닥의 마찰, 엔진 떨림이나 바람을 느낄 수 없어 계기판을 보지 않고선 속도를 가늠할 수도 없었다. 시뮬레이터 특성상 핸들을 살짝만 꺾어도 도로 옆 화단을 들이받기 일쑤였다.
학원 관계자는 "연습하면 합격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6월 말이면 여름 방학을 앞둔 학생들이 몰린다며, 미리 수업 등록을 해야 한다고 권하기도 했다.
이들 VR 운전학원비는 장내·도로 주행 연습 무제한 수업료가 30만~40만원대로, 70만~80만원대인 일반 운전면허 학원보다 저렴하고 합격률도 꽤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도내 한 운전면허시험장 관계자는 "시뮬레이터로만 연습한 이들은 '운전 감각'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지시등 조작 등 암기가 필요한 부분은 시험 점수가 좋은데 차체 감각이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장도 "VR 운전 연습이 도로 주행 연습과 같을 순 없다"면서 "중국 등 해외에서도 가상 운전 연습이 이뤄지긴 하지만 부수적인 연습법 정도로만 활용되는 것이지 면허증 취득을 위한 전적인 교육으로 여겨지진 않는다"고 했다.
한편, 앞서 시뮬레이션 기계만 갖춘 실내 운전 연습장이 '자동차 운전학원'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온 바 있다.
경찰청 교통국 관계자는 "VR 운전연습 업계에선 '면허'라는 이름을 쓰면 불법이라는 점을 잘 알아서 상호를 교묘히 바꿔 단속망을 피해간다"면서 "학원은 우후죽순 생겨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해 관련 통계를 낼 수도 없다"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VR 운전연습장 '수업료 저렴' vs '차량체감 제로'
입력 2021-06-09 21:33
수정 2021-06-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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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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