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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오전 수원시 내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병원에서 접종을 마친 경인일보 손성배 기자가 주의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2021.6.10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신인류로 거듭났다."

코로나19 얀센 백신 접종 첫날인 10일 오전 11시30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하나의원을 찾았다.

부작용에 대한 염려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 앓더라도 우리 정부가 들여오기로 한 코로나19 백신 4종 중 유일하게 1회 접종으로 항체가 생긴다는 거부할 수 없는 장점에 이끌렸다.

출근길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본래 예약 시간인 낮 12시보다 더 빨리 와 줄 수 없느냐는 연락이었다. 시간을 당겨야 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백신 약병 개봉을 해야 해서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얀센 백신은 1바이알(병)당 접종인원이 5명이다. 접종기관에서는 예약자 2명을 확보하면 1병을 개봉할 수 있다. 병원에 일찍 도착한 예약자와의 접종 시간 차를 줄이기 위해 예약시간보다 빠른 내원을 요청했던 것이다.

접종 주삿바늘을 찔러 넣기 전 주사기를 손에 쥔 의사는 덜 쓰는 팔이 어딘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물었다. 이어 접종한 뒤 발열, 피로감 두통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틀에서 사흘은 과한 운동과 음주를 피하고 휴식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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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오전 수원시 내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병원에서 경인일보 손성배 기자가 주사를 맞고 있다. 2021.6.10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다소곳이 왼팔을 걷어 올리고, 의사에게 몸을 맡겼다. 주삿바늘이 왼팔 상완으로 들어왔다. 약제를 투여하는 순간부터 어깨에 뻐근함이 느껴졌으나 여타 예방접종 주사와 다를 바 없었다.

병원에 도착하면 첫 번째 절차는 예진표 작성이다. 앞서 접종이 시작된 아스트라제네카(AZ)나 화이자 등 다른 코로나19 백신 접종 절차와 동일하다.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등을 상단에 기입하고 코로나19 감염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 중증 알러지 반응(아나필락시스 등)이 나타난 적 있는지, 혈액응고장애를 앓은 적 있는지 등에 예·아니오 표시를 하고 잠시 기다리다 예진·접종실에 들어갔다.

주사를 맞은 뒤 15~30분간 병원 대기실에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만에 하나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삿바늘이 꽂혔던 왼팔이 뻑뻑하다는 느낌과 머리가 평소보다 조금 무겁다는 느낌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나의원 이모(49) 간호사는 "얀센은 혈전증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맞기를 꺼려 하는 분들이 있는데,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며 "백신을 안 맞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간호사는 또 "해마다 맞는 독감 주사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두통이 심하거나 발열, 오한이 나는 분들의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계열(타이레놀 등) 약을 복용하면 낫다. 이후엔 6시간 정도 경과를 지켜보면서 추가로 진통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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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이상 60세 미만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에 대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일 오전 수원시 내 한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병원에서 접종을 마친 경인일보 손성배 기자가 주의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2021.6.10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얀센 백신의 정확한 명칭은 존슨앤존슨 얀센 COVID-19 백신이다. 우리 정부가 들여온 AZ나 화이자, 향후 들여올 모더나와 마찬가지로 생백신이 아니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한 뒤 백신으로 인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50세 미만 여성을 중심으로 얀센 백신을 접종한 뒤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TTS)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연령층에서는 문제 될 만한 부작용은 없었다.

얀센 접종 예약은 지난 1일 오후 5시께 했다.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료 기자, 공직자들과 꾸린 풋살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하나 둘 예약 인증을 하면서 '백신 맞고 전지훈련을 떠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을 염원하는 '신인류 지향' 청년들의 자발적 움직임은 접종 예약 첫날 18시간 만에 사전 예약 마감으로 이어졌다. 사전 예약은 1991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 등 약 370만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얀센 백신을 맞고 병원 1층 약국을 찾아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를 구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 약국 약사는 "잘 알려진 타이레놀 뿐 아니라 관련 진통제가 도매시장에 소량만 풀려 2주 전부터 동네약국에서는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타이레놀은 경인일보 사옥 1층 편의점에서 구했다. 편의점에선 1인 1개 한정 판매 중이다.

접종 30분 뒤엔 질병관리청에서 SNS를 통해 1차 접종등록 증명 안내를 알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메시지가 왔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오후 10시 이후 영업 금지', '마스크 상시 착용'의 코로나19 굴레 3종 세트에서 벗어날 날이 머지 않았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