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뜨겁게 20대는 뉴스를 끊은지 오래라 한다
그래서인가 중앙언론은 인터넷이슈 경쟁에
'클릭수 기사'를 쏟아낸다 정론보도는 뒷전
보도금지 학대영상 단독 공개가 취재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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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래 사회부장
낯 뜨거운 일이다. 아니 낯이 뜨거워 뉴스를 볼 수 없다. 20대 청년들은 뉴스를 끊은 지 오래라고 한다.

언론인으로서 참 창피한 일이다. 우리가 쓰는 글이 읽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일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중앙언론사를 통해 경쟁하듯 '단독'까지 붙여 보도된다. 중앙언론이 네이버를 통해 벌이고 있는 '작태(作態)'다.

지난주 2002 한일 월드컵 영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FC 감독이 50세 나이로 별세했다. 그 소식에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지난 9일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이 스리랑카를 상대로 '클린 시트'경기로 완승을 거두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선 말도 안 되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 축구의 영웅, 수원의 아들 박지성과 그의 아내를 둘러싼 일부 네티즌들의 말도 안 되는 비난이 제기됐고, 언론도 앞다퉈 해당 내용을 특종인양 보도했다. '왜 조문을 오지 않느냐'는 것인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를 '단독'이라 포장까지 하며 보도하는 중앙언론이었다.

내용인즉슨, 영국에 거주하는 박지성을 옹호하는 기사가 다수였지만, 말도 안 되는 네티즌들의 지적에 박수를 치듯, 대한민국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중앙언론은 네이버를 앞세워 이슈 경쟁에 나선 것이다.

'인터넷 시대 검은 정장을 입고, 영상으로 슬픔과 애도를 대신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었다. 실제 '왜 조문을 오지 않느냐'에서 '조문을 인증, 기사화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네티즌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 경쟁하듯 기사를 쏟아낸 것이다. 언론이 '클릭 수'를 노린 '작태'임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 국민의 공분을 산 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일명 '용인 이모 부부 학대사건'의 재판도 지난주 시작됐다.

재판과정에서 10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 부부의 엽기적인 행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보도금지였다.

조카를 학대하며 영상까지 이모 부부가 찍었던 것인데, 충격적이었다. 재판 과정에 대해 취재에 나선 본사 기자는 충격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한 중앙방송은 해당 영상을 단독입수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이게 경쟁할 일인가. 개똥을 핥아 먹게 한 엽기적인 행각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게 언론의 본질적인 역할인가. 그 영상을 단독 입수한 게 뛰어난 취재력인가. '성역 없는 취재를 하라', '펜은 칼 보다 강하다', '네가 쓰는 기사 한 줄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격언은 취재기자에게 지침이자 경구와도 같은 말이다. 기자 또한 이렇게 배웠고, 후배 기자들에게 또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내가 속한 신문사도 네이버 뉴스 검색이 아닌, 제휴를 위해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단독이라는 두 글자에 관대하지 않다. 특종에만 붙이는 단어다.

그동안 경인일보 기자들이 쓴 기사를 중앙언론이 인용 보도해 주면 그 기사가 네이버를 통해 전국 이슈가 됐다. 그 결과를 통해 자부심을 느꼈고, 지금도 이를 끊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자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로 대한민국 여론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

정론 보도는 언론인들의 사명이다. 더 이상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지 않도록 언론인 스스로 자정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김영래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