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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인천시청사 전경. /인천시 제공

'주니어보드' 市 내부 포털 설문
72% '시보떡 돌리기' 개선 요구
"주무관 개인주의 아쉽다" 34%
비판보다는 허심탄회한 목소리


인천시 공직 사회에서도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이른바 'MZ세대'의 변화 요구가 거세다. 인천시가 이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공직 사회의 오랜 관행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인천시에서 경력 5년 전후의 1990년대생 공무원들이 구성한 '인천시 주니어보드'(청년 중역회의)는 지난달 중순 인천시 내부 포털을 통해 진행한 '조직 문화 진단 설문 결과'를 최근 인천시 실·국장 회의에서 공개했다.

인천시 공무원 중 1천169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의 주제는 공직사회에서 관행처럼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시보떡 돌리기 문화'와 '국·과장님 모시기 문화'였다.

시보떡 돌리기는 시보 기간을 마친 초임 공무원이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의미로 떡을 사서 돌리는 관행이고, 국·과장님 모시기는 돌아가면서 부서장에게 점심을 사는 관행이다.

시보떡 문화는 설문 응답자의 40%가 '아예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32%는 '감사·축하 문화는 유지하되 방법을 바꾸자'고 했다. 응답자 70% 이상이 현재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이다. 그 대체 방안으로는 '부서 간식 시간(부서가 비용 부담)'이 45%로 가장 많았다.

국·과장님 모시기는 '없애야 한다'는 응답자가 43%,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응답자가 40%다. 대안으로는 국·과장도 식사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방안이 가장 많았다. 이번 설문에서는 인사 발령 때 '방석을 선물하는 문화'도 없애자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번 설문의 취지는 관행에 대한 비판보다 인천시 공직 사회의 세대 간 소통에 방점을 뒀다. 주로 8~9급 하위직인 'MZ세대' 공무원은 불합리하게 느꼈던 조직 문화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상급자들은 평소 소통하기 어려웠던 조직문화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에서는 '청년 주무관들에게 아쉬운 점 또는 바라는 점'도 물었는데, 응답자 34%가 '나만 생각하는 개인주의'를 택해 가장 많았고, '협동심 부족'이 31%로 뒤를 이었다. 공직 사회 내부에서 세대 간 인식 차이를 드러내는 내용이다.

인천시는 지난 7일 실·국장들이 참석하는 정기회의에 이례적으로 주무관인 주니어보드 의장을 참석시켜 설문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날 박남춘 인천시장은 "주무관이 실·국장 회의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데, 이마저도 경직된 조직문화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며 "필요하다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진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종종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니어보드가 실질적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조직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인된 만큼 세대 간 소통 기회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MZ세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