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노동자 뇌출혈 의식불명 계기
경기도청앞 삭발식… 상경투쟁 예고
"단지 아침에 출근하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는 겁니다."
주 90시간 가까이 일하던 40대 택배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또 불거졌다. 정부와 여당, 택배노사 등이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막고자 사회적 합의 기구도 마련했지만 근본 원인인 '분류작업'의 해결 없이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총투쟁을 예고하면서 14일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고, 택배노조 경기지부는 이날 오후 경기도청 앞에서 서울 상경 투쟁을 외치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택배노조는 전날(13일) 오전 4시30분께 롯데 택배 성남 운중대리점 소속 A(47)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졌다고 밝혔다. A씨 배송물량은 월 6천개, 하루 250여개다. 택배노조는 이 같은 물량은 적정 물량이지만 A씨는 2년 넘게 주 6일 일하면서 하루 2시간만 자고 출근하는 일이 잦았다.
택배노조는 그 원인으로 분류작업을 꼽는다. A씨는 분류인력이 투입된 지난 3월 이후에도 분류작업을 했고, 늦을 때는 오후 3~5시부터 배송을 시작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택배 노동자들도 물량이 많으면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6시간 내내 분류작업을 하고 배송에 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분류작업은 과로사의 원인이자, '공짜노동'으로 사회적 합의 기구도 1차 합의에 '택배 기사 업무에서 분류작업 제외'를 포함했다. 택배사들도 분류인력 투입 계획을 밝혔지만, 현장은 여전히 택배 노동자가 분류작업을 도맡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택배노조는 지난 7일부터 분류작업 전면거부에 나섰다. 또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지난 1월 합의와 달리 주 60시간 넘게 일하는 택배 기사의 수입 감소분을 보전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택배노조는 15일 서울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영부 택배노조 부위원장은 "임금을 올려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며 "분류작업 하느라 배송은 늦게 나갈 수밖에 없고, 걸을 수 있음에도 뛰어야 하는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