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후 "상황 불리해져" 협박 폭행
엄벌촉구 탄원서… 18일 결심 공판
술에 취한 지인의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대신 사과한 자신의 배우자를 추궁하며 수차례 폭행한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준강간미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상해 등 혐의로 A(30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고양시 일산동구 자택에서 만취 상태로 잠든 지인의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집 안에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 B(40대)씨와 아들, 지인이 잠들어 있었다.
A씨는 지난해 7~8월 주거지인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아파트 주거지 안에서 B씨를 마구 폭행했다. 지인 여자친구 성폭행 사건을 대신 사과해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이유에서였다.
B씨는 지인 성폭행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겠다고 했다가 A씨로부터 '우리 사촌형이 서울대 나온 검사인데, 너는 무사할 것 같으냐' 등 협박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고도 호소했다.
B씨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전치 2주 진단과 함께 반복적인 폭력에 노출돼 있어 보호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발급받아 일산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모텔에서 B씨의 나체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고소장에는 불법 촬영과 상해 혐의 외에도 술에 취해 잠을 자다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 등도 담겼다. B씨는 A씨의 잠자리 요구를 거부하자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진술도 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A씨의 준강간 혐의 등에 대해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B씨는 검찰의 일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냈다.
A씨 재판을 맡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는 오는 18일 결심 공판을 열 예정이다. B씨는 재판 마무리를 앞두고 엄벌을 촉구하며 탄원서를 냈다.
B씨는 "나는 지옥에서 살고 있다. 이 일을 겪은 뒤 트라우마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와 불안, 우울증이 심해지고 있다"며 "평범했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김환기·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