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전남 광주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소식을 접한 경기도 내 재개발 철거구역 인근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15일 오후 철거작업이 진행 중인 의왕시 내손동 재개발 구역 건물 옆으로 차량들이 통행하고 있다. 2021.6.15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수원·의왕 등 곳곳서 작업 한창
인근 주민 "잠 설쳐" 두려움에도
지자체는 "조합서 할일" 선그어


"(광주 철거건물 사고가) 남 일 같지 않다. 철거하다 말아서 혹시 무너질까봐 떨고 있다."

15일 오후 1시께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재개발 구역. 가위로 싹둑 자른 것 마냥 절반만 헐린 건물 주위로 철근 파이프들이 둘러쳐져 있다. 철거가 중단되면서 그대로 방치된 것이다.

이 건물과 나란히 놓인 주택도 상황은 비슷했다. 옥상에는 철거 농성 중인 주택 소유주 등이 망루를 설치해 불법 증·개축까지 해 건물은 더욱 아슬아슬해졌다.

해당 건물들과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둔 맞은편 권선동 주민들은 광주사고 이후 지난해부터 방치된 철거 건물들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잠을 설쳤다고 입을 모았다. 권선동에 거주하는 이재완(69)씨는 "헐다 만 건물이 위태로워 언제 붕괴될 지 모른다는 위협감에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광주에서 철거 건물 붕괴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경기도 내에서도 철거 건물에 대한 도민들의 우려가 커졌다.

특히 철거가 중단된 수원시 사례나 철거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 타 지역 재개발 건물들이 광주 사고처럼 버스정류장, 보행로 등에 인접해 있어 불안감이 커졌지만 지자체는 '재개발조합'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찾은 의왕시 재개발구역 중 하나인 내손 라구역도 철거 예정 건물 주변 상단에 지지봉을 설치하고 하단에 항공 천을 둘러 안전조치를 했지만, 철거 현장이 보행로와 1m도 채 떨어지지 않아 지나가던 시민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맞은편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이모(56)씨는 "철거일정이라도 명확히 알려줘 인근 주민들이 피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안양시 관양동 골프장 철거 현장에서 30m 높이의 철탑이 쓰러지면서 전신주를 덮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주변 83가구가 50분가량 정전됐다.

지자체들은 기본 안전조치 외에 철거일정, 철거업체 등 철거와 관련된 부분은 재개발조합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우리가 나서서 강제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장마철 대비 (재개발구역에 대한)안전 민원이 많아 시행사 측에 안전 조치를 요청할 뿐"이라고 말했다.

/공지영기자·조수현수습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