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벽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새벽 4시30분부터 두어 시간 울려대던 모닝콜, 자정이 넘도록 끝날 기미가 없던 술에 절은 고함과 술자리, 바닥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퀴퀴한 하수구 냄새까지.
학교 졸업과 함께 고시원을 탈출하면서 다시는 고시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뒤 이내 다시 고시원에 들어갔다. 땅값 비싸다는 서울 강남의 한 회사에 취업하면서다. 달리 선택권이 없어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짐과 몸을 욱여넣었다.
그때였을 거다. 한 평 남짓 내 공간에 설렜던 감정은 증오로 바뀌었다. 바삐 사느라 잊고 있던 분노는 청약을 넣으면서 되살아났다. 별생각 없이 지원한 84㎡(25평) 집 가격은 9억원이 훌쩍 넘었고 소위 대출로 '영끌'을 해도 나머지 절반은 내 돈이 있어야 살 수 있었다. 사회초년생에게 로또만큼 어렵다는 청약은 돼도 문제였던 거다. 당첨될까 초조했던 집 없는 자의 속내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무주택자면 기본으로 살 수 있게 하겠다.", "돈 조금 보태면 누구나 자기 집에 살 수 있게 하겠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이 우리 사회를 잠식시키는 요새, 정치권에서 나오는 소리다. 기회를 잡겠다는 이와 만회하겠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제법 시끄럽다. 경기도 기본주택과 정부 누구나 집 얘기다.
차분히 들여다보면 둘은 같은 얘기다. 그런데도 목 터져라 떠드는 속내가 의뭉하다. 여느 때처럼 집이 선전 수단으로 전락할까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대선이 코앞이라 더 그렇다.
이맘때면 정치는 익숙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정치는 우리에게 필요한 옷과 음식과 집, 좋은 '의식주'를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가 훑고 간 자리엔 언제나 씁쓸함이 남는다. 집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에 산다.
/명종원 정치부 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