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베르크 창안 20세기 주요 작법 자리매김
해당 작품들 주로 불안·긴장·충동 등 표출
음악 역할 '아름다운 감정 아님' 강변한 듯
후대 모더니즘 음악가들에 의해 한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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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인천본사 문체교육팀장
"오늘 나는 한 가지를 발견했는데, 이것은 앞으로 100년 동안 독일 음악의 우위를 보장할 것이다."

100년 전인 1921년 여름,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한 제자에게 이 같이 말했다. 쇤베르크가 지칭한 '이것'은 12음 기법이었다. 서양음악사에서 바흐의 '평균율'로 주도권을 쥐었던 독일 음악이 자신의 12음 기법으로 다시 서양음악의 근간이 될 거라는 기대와 확신에 찬 발언이었다. 열두 개 음들이 위계 구조를 갖지 않는 대등한 자격으로 연관 지어지는 작법인 12음 기법은 조성(調聲)과 무관할 수 있으며, 악곡을 통일시키는 선율적 근거도 얻을 수 있었다. 12음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거 없이, 한 옥타브 안의 피아노 건반을 생각하면 된다. 흰 건반 일곱 개와 검은 건반 다섯 개가 각각 내는 열두 음이 동등한 형태로 구성되는 것이다. 즉 12음 기법은 열두 음이 한 번씩 사용된 기본 음렬과 여기서 파생된 전위, 역행, 역행전위 음렬을 사용해 음악을 만드는 '무조(無調)음악'의 한 작법이다.

학교 음악 시간에도 배우고 접할 수 있는 조성은 수 세기 동안 음악 형식의 토대이면서 음악의 표현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성을 표현의 수단으로 확장한 인물이 베토벤이었다. 베토벤은 회귀하려는 '조성의 힘'을 적극 활용했다. 원 조성에서 관계가 먼 조성에 도달했다가 종국에 이르러 회귀하게끔 작품을 구성한 거였다. 이를 통해 청자는 긴장감의 해소와 거대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 같은 작법은 낭만주의와 후기 낭만주의를 거치며 더욱 발전하며, 조성이 확장될 수 있는 최대치에 이른다. 점차 조성의 틀이 모호해지고, 조성의 구분 또한 무의미해지면서 1900년 이후 '무조음악'이 등장한다. 조성과의 연관성을 털어낸 무조음악의 단점은 비교적 짧은 형식의 작품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거였다. 조성이 담당하던 음악의 틀(준거)이 없다 보니 작품에 통일성을 부여하기 어려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가 작곡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이뤄졌는데, 그중 쇤베르크가 창안한 '12음 기법'은 20세기(컨템포러리) 음악을 특징짓는 주요 작법으로 자리매김했다. 12음 기법은 앞서 살펴본 음악사적 요소와 함께 '음악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투철한 작가 의식으로 무장한 쇤베르크와 제자들의 신념이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1900년을 전후한 오스트리아 빈은 쇤베르크와 그의 음악 동지들이었던 알반 베르크, 안톤 베베른을 중심으로 한 '제2 빈 악파'(제1 빈 악파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을 의미)와 이른바 '비엔나 왈츠'가 공존했다. 자신의 음악세계를 추구한 작곡가들과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려는 작곡가로 나뉜 거였다. 기존의 상투적 어법(조성)으로 만들어진 음악을 거부한 쇤베르크는 조성에 의존하지 않고 음악을 구축할 원리를 모색한 끝에 12음 기법을 창안했다. 조성에서 벗어난 이 작법의 산물들 전면에는 불협화음이 나타나게 된다.

12음 기법으로 탄생한 작품들은 주로 불안, 긴장, 두려움, 내적 갈등, 충동 등을 표출한다. 음악의 역할은 '아름답게 포장된 감정이나 위안을 주는 게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듯하다. 실제로 해당 시기에 쇤베르크는 "예술은 장식이어선 안 된다. '진실(Wahrheit)'이어야 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음악은 청자(사회)에게 '진실'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음 기법은 후대의 모더니즘 음악가들에 의해 한층 강화된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후 혼란한 시대상과 그러한 환경에 놓인 개개인의 상황을 음악으로 일깨우려는 시도가 이어진 것이다.

100년 전 쇤베르크와 제자들, 그 가치를 좇았던 후대 작곡가들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비록 많은 사람들과 접촉면을 갖진 못한 이들의 새로운 음질서에 대한 탐구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경험 세계를 넓혀줬다. 작은 예로, 우리가 현재 공포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소름 돋는 효과음은 '12음 기법'에 의해 불협화음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면 접할 수 없는 산물이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체교육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