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마비로 휠체어로 이동하는 여성 장애인 A씨는 지난 3월 조산 증세가 있어 급히 집 근처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치료받지 못했다. 병원 출입문 폭이 좁아 병원을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휠체어 사용자가 통행할 수 있는 접근로의 유효폭은 1.2m인데 병원 출입구는 이보다 훨씬 좁았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에 따라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면적을 확보한 '장애 친화 산부인과'였다면 A씨는 동네 산부인과를 포기하고 집에서 먼 대학병원을 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청각장애인 B씨는 장애인 복지관을 통해 어렵게 수어 통역가를 구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임신사실을 알게 됐다. 배 통증이 계속 느껴졌지만 일반 병원엔 수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도통 원인을 알 수 없다가 직접 수어통역가를 구해서야 원인이 '임신'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만약 수화가 가능한 인력이 배치된 산부인과가 있었다면 B씨는 보다 쉽게 임신을 알 수 있었고 의사소통이 어려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산부인과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 체중계, 수화 통역 등 의료장비와 인력을 갖춘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경기도에 단 1곳도 없다. 2019년 기준 경기도 여성 장애인 인구는 22만7006명. 경기도는 전국에서 여성장애인이 가장 많은 광역지자체지만 현재까지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지원할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장애친화산부인과는 2013년부터 '지자체 자체 사업'으로 운영됐다.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시 장애 유형에 맞는 전문의료서비스 제공해야 한다'는 법률에 따라 장애인의 건강권 확대를 위해 광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점차 사업이 늘어가는 추세다. 올해 3월 기준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해 지원하는 광역지자체는 광주(2곳), 대전(1곳), 전북(3곳), 전남(4곳), 경남(1곳), 충북(2곳), 서울(1곳) 등 7개 지역, 총 14개 병원이다.
이 중에서 가장 최근에 지원을 시작한 서울시는 지난 3월 '영등포구 성애병원'을 장애 친화 산부인과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성애병원에 7천500만원 예산을 투입해 전동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건물 출입구 면적을 넓히고 거동이 불편한 임산부가 이용하는 이동식 리프트와 시각장애인용 점자 안내판 등을 설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 임신 출산율 등을 통해 여성 장애인이 산부인과 이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광역 지자체들이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늘리는 데는 실제 이들 산부인과의 부족으로 임신한 여성 장애인들이 유산하거나 사산하는 안타까운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발표한 '장애친화 산부인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임신한 장애여성의 34%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유산·사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장애 여성 유산·사산 비율(24%)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7월부터 15억원을 투입해 전국의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하고 지원한다. 경기도는 지자체 자체사업 대신 경기도 내 병원에 정부 공모 사업의 참여를 알리는데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그간 (내부에서) 장애친화 산부인과 정책은 언급된 것이 없다. 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정·운영하는 것도 최근 알게 됐다"며 "보건복지부 공모 사업이 시작되면 시군 산부인과에 참여 독려를 위한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혜영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총장은 "임신 출산뿐 아니라 유방암 등 여성 관련 질환 대부분이 산부인과 질환"이라며 "장애인 건강권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여성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지영기자·고건수습기자 jyg@kyeongin.com
지난해 12월 청각장애인 B씨는 장애인 복지관을 통해 어렵게 수어 통역가를 구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임신사실을 알게 됐다. 배 통증이 계속 느껴졌지만 일반 병원엔 수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도통 원인을 알 수 없다가 직접 수어통역가를 구해서야 원인이 '임신'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만약 수화가 가능한 인력이 배치된 산부인과가 있었다면 B씨는 보다 쉽게 임신을 알 수 있었고 의사소통이 어려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산부인과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 체중계, 수화 통역 등 의료장비와 인력을 갖춘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경기도에 단 1곳도 없다. 2019년 기준 경기도 여성 장애인 인구는 22만7006명. 경기도는 전국에서 여성장애인이 가장 많은 광역지자체지만 현재까지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지원할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
장애친화산부인과는 2013년부터 '지자체 자체 사업'으로 운영됐다.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시 장애 유형에 맞는 전문의료서비스 제공해야 한다'는 법률에 따라 장애인의 건강권 확대를 위해 광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점차 사업이 늘어가는 추세다. 올해 3월 기준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해 지원하는 광역지자체는 광주(2곳), 대전(1곳), 전북(3곳), 전남(4곳), 경남(1곳), 충북(2곳), 서울(1곳) 등 7개 지역, 총 14개 병원이다.
이 중에서 가장 최근에 지원을 시작한 서울시는 지난 3월 '영등포구 성애병원'을 장애 친화 산부인과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성애병원에 7천500만원 예산을 투입해 전동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건물 출입구 면적을 넓히고 거동이 불편한 임산부가 이용하는 이동식 리프트와 시각장애인용 점자 안내판 등을 설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인 임신 출산율 등을 통해 여성 장애인이 산부인과 이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광역 지자체들이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늘리는 데는 실제 이들 산부인과의 부족으로 임신한 여성 장애인들이 유산하거나 사산하는 안타까운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발표한 '장애친화 산부인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임신한 장애여성의 34%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유산·사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장애 여성 유산·사산 비율(24%)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7월부터 15억원을 투입해 전국의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하고 지원한다. 경기도는 지자체 자체사업 대신 경기도 내 병원에 정부 공모 사업의 참여를 알리는데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그간 (내부에서) 장애친화 산부인과 정책은 언급된 것이 없다. 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정·운영하는 것도 최근 알게 됐다"며 "보건복지부 공모 사업이 시작되면 시군 산부인과에 참여 독려를 위한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혜영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총장은 "임신 출산뿐 아니라 유방암 등 여성 관련 질환 대부분이 산부인과 질환"이라며 "장애인 건강권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여성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지영기자·고건수습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