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이달중 신설계획 발표 앞두고 서울시에 송현동 타진 알려져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 "수도권 불가" 성명서… 국민청원도 제기
5개市, 탄력 못받아… 道 '미군공여지' 건의… 인천 '뮤지엄파크' 제안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측의 기증품으로 추진 중인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경기지역 곳곳이 뛰어들었지만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정부는 서울 송현동을 타진했던 가운데 비수도권에선 "수도권은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마저 제기됐다. 삼성그룹과의 인연 등 강점이 적지 않음에도 유치전에서 경기지역 지자체들의 어려움은 커지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중 '이건희 미술관' 신설 방침을 결정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발표가 초읽기에 접어든 가운데 이달 초 문체부가 송현동 부지에 미술관을 지을 의사가 있는지 서울시에 문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대한항공이 소유한 부지인데 서울시가 매입 절차를 진행 중이다. 송현동 부지는 미술계가 지난달 '이건희 미술관' 부지로 제안했던 곳이기도 하다. 과거 이 회장이 미술관 조성 등을 염두에 두고 매입을 타진했던 적도 있어 무게가 실렸다.
서울 송현동 부지의 급부상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든 경기지역 지자체들에겐 비보가 된 가운데 비수도권에선 '수도권 불가론'마저 불붙이고 있다.
정부가 송현동 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자 지난 8일 부산·울산·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수도권 건립은 문화예술 분야의 수도권 초집중과 과밀화를 더욱 부채질해 비수도권 지방민들의 문화적 소외감과 박탈감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을 극구 반대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제기됐다. "수도권 건립은 인구 집중 현상과 전국의 문화 격차만 벌릴 것"이라는 게 청원의 요지다.
최근 도내에선 수원 매산로3가 도청사를 '이건희 미술관'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마저 나왔지만, 어려움이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 경기지역 지자체들의 유치 움직임에 좀처럼 힘이 붙지 않고 있다. 한편 도내에선 수원과 용인, 평택, 오산, 과천 등이 유치에 나선 상태다.
전날인 15일 염태영 수원시장과 수원시 5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미술관 위치를 이 회장 묘소가 있는 장안구 이목동 일대로 하자는데 의견을 모으는 등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이와 별개로 경기도는 미군반환공여지에 건립해줄 것을 건의했다.
인천시 역시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인천뮤지엄파크 민간투자 부지에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