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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없는 경기도 거주 여성장애인들에게 도내 일반 산부인과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사진은 도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옆 수유실. 산모들이 수유를 하는 공간이지만 내부 공간의 면적은 물론, 출입문 등이 좁아 장애를 가진 산모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경인일보DB


좁은 입구 등 동네병원 엄두 못내
전국 14곳 운영 불구 계획도 없어
임신부 34% "치료 못받아 유·사산"
道 "정부 공모 진행땐 참여 독려"

하지마비로 휠체어로 이동하는 여성 장애인 임산부 A씨는 지난 3월 조산 증세가 있어 급히 경기도내 한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했다.

병원 출입문 폭이 좁아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휠체어 사용자가 통행할 수 있는 접근로의 유효폭은 1.2m인데, 병원 출입구는 이보다 훨씬 좁았고 결국 A씨는 동네 산부인과를 포기하고 다른 지역 대학병원으로 가야 했다.

산부인과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장애인을 위해 의료장비와 인력을 갖춘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경기도에 단 1곳도 없다. 2019년 기준 경기도 여성 장애인 인구는 22만7천6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지만 현재까지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지원할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장애친화산부인과는 2013년부터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자체 사업'으로 운영되며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올해 6월 기준 광주(2곳), 대전(1곳), 전북(3곳), 전남(4곳), 경남(1곳), 충북(2곳), 서울(1곳) 등 7개 지역에서 총 14개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운영 중이다.

이 중에서 가장 최근에 지원을 시작한 서울시는 지난 3월 '영등포구 성애병원'을 장애 친화 산부인과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성애병원에 7천500만원 예산을 투입, 전동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건물 출입구 면적을 넓히고 거동이 불편한 임산부가 이용하는 이동식 리프트와 시각장애인용 점자 안내판 등을 설치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임신한 여성 장애인들이 유산하거나 사산하는 안타까운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발표한 '장애친화 산부인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임신한 장애여성의 34%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유산·사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장애 여성보다 10% 이상 높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7월부터 15억원을 투입해 전국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하고 지원한다.

도 관계자는 "그간 (내부에서) 장애친화 산부인과 정책은 언급된 것이 없다. 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정·운영하는 것도 최근 알게 됐다"며 "보건복지부 공모 사업이 시작되면 시군 산부인과에 참여 독려를 위한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혜영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총장은 "임신 출산뿐 아니라 유방암 등 여성 관련 질환 대부분이 산부인과 질환"이라며 "장애인 건강권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여성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지영기자·고건수습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