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2시께 이천 쿠팡 덕평 물류센터 앞. 불이 나기 시작한 지 20시간을 넘겨 불길은 잡혔지만, 물류센터 내부에서는 여전히 자욱한 검은 연기가 쉴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매캐한 냄새도 화재 현장을 가득 채웠다.
저녁부터 다시 커진 불길은 전체 층으로 번져 물류센터 외벽 곳곳은 까맣게 그을려졌고, 외벽 잔해물이 바람에 날려 위태로운 상황을 연출했다.
현재 소방당국이 밤샘 진화 작업을 벌이며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꺼졌다 다시 번진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소방당국의 진화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17일 경상남도를 방문 중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고성군 방문 등 18일 일정을 취소하고 경기도로 복귀, 오전 1시30분께 이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 현장을 찾았다.
침통한 얼굴로 화재현장에 도착한 이 지사는 이상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과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화재 및 구조 현황을 점검했다.
이 지사는 이 재난본부장에게 건물 구조, 화재가 커진 원인, 건물 관리 주체 등 사고현황을 묻고 장시간 진화로 인해 어려운 점과 고립된 소방관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언론과 공식적인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았다.
또 새벽까지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방대원들을 격려하고 현장에서 소방대원을 돕는 의용소방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약 1시간 가량 화재현장에서 머물었다.
전날(17일) 오전 5시36분께 이천시 마장면 덕평로의 쿠팡 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20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고 오전 8시께 발화 지점을 찾아 오전 8시19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앞서 발령한 경보령도 차례로 하향 후 해제됐다.
초진 이후 오전 11시49분께 잔불 정리 중 발화지점의 철제 선반이 무너지면서 적재물로 불길이 옮겨 붙었고, 낮 12시14분께 대응 2단계가 다시 발령됐다.
이 과정에서 지하 2층에 투입됐던 소방대원 5명 중 구조대장 A(54) 소방경이 화재 현장에 고립됐다. 탈출한 4명 중 1명도 연기 흡입 정도가 심해 서울 한양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지하 2층에서 시작된 불은 오후 6시30분을 넘기면서 물류센터 전체로 번졌고, 이날 새벽 3시가 넘은 현재까지도 화재 진압이 진행 중이다. 불길이 거세지면서 A 소방경에 대한 수색 작업이 중단됐으며, 소방당국은 방수포 등으로 원거리 진화에 주력하고 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