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0일 기사가 쏟아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양부 A씨는 지난달 8일 아동 B양 뺨을 수차례 때려 뇌출혈을 일으켰다. A씨는 B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직후에도 태연하게 친척 집을 방문했다. 양모 C씨도 마찬가지다. C씨는 B양이 축 늘어진 채 구토를 했지만 '잠을 자는 줄 알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B양을 품에 안고 친척 집을 찾았다. 결국 B양은 뇌출혈 발생 7시간 이후에야 병원에 이송됐고, 한 달 넘게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까지가 '화성 입양아 학대' 사건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다. 당시 비극적인 소식이 언론에 공개되며 또 한 번 떠들썩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살아남은 아동에 대해선 모두가 무관심했다. 아동의 건강상태는 어떤지, 의료비 지원과 친권 파양 등 의문을 품을법했지만, 목소리를 내고 분개하는 건 관련 협회, 전문가들뿐이었다.
이번 사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동학대사건이 벌어지면 사회는 '죽음'과 '사건'에만 주목해왔다. 여느 때처럼 엽기적인 학대행위를 한 부모는 공분을 샀고 언론은 이들의 가학적 행위에만 집중했다. 정부는 그 사이 또 다른 대책을 내놓는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성급한 대책은 종종 악순환의 고리를 낳기도 했다. 학대 가해자 '처벌'에만 초점을 둔 탓인데, 실제로 가해자가 처벌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건에 대한 관심은 싸늘하게 식는다. 우선 급한 불이 꺼지면 아동학대사건은 또 그렇게 점차 잊혀진다.
아동학대를 끊어내기 위해선 '사건'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한 가정에서 벌어진 끔찍한 범죄로만 치부할 이야기가 아니란 뜻이다. 학대 가해자 처벌을 넘어 아동을 돌볼 수 없었던 가정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살아남은 아동이 늦게나마 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촘촘한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살아남은 아동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시은 사회부 기자 see@kyeongin.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