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_3.jpg
최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등 대형 화재로 이어지지는 물류센터에 대해 특성을 고려한 규제와 종합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21일 오후 쿠팡 덕평물류센터와 인근 물류센터의 전경. 2021.6.21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용적률 제외 탓 지하층 다수 사용
지하 발화 잇따라 조기진화 난항
층고따라 스프링클러 사각 발생
방화셔터 자유로워 설치 않기도
경기도, 올해 715건·383억 피해


이천 덕평 쿠팡물류센터 화재 진화가 닷새째 계속되면서 물류센터가 화재 안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화재처럼 지하에서 불이 발생할 경우 물류센터는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데다 스프링클러나 방화 셔터 등 기본적인 시설마저 일반 건물과 비교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현장 사고,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던 용인 SLC 물류센터 사고 모두 발화는 '지하층'에서 시작됐다.

이번 화재 역시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2층 내 물품창고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축법상 지하층은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물류센터 대다수는 이용 면적 확보를 위해 지하층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물류센터 지하층에서도 물류 분류, 배송 작업 등이 동일하게 이뤄지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지상층보다 훨씬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이 쉽지 않아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지상층은 고가사다리 등을 이용해 원거리 진화가 가능하지만 지하층은 화재 진입 시 소방차 진입이 안 돼 대원들이 소방 호스를 끌고 가서 직접 진화해야 한다.

스프링클러 설치도 도마에 올랐다. 스프링클러는 소방법에 따라 4m마다 설치해야 하는데, 천장에서부터 쏟아내는 소방 용수가 일부 도달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덕평 물류센터의 경우 층고 높이가 10m로,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쏟아졌어도 불을 끄는 데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물류센터는 일반 건물과 달리 중간에 콘크리트 벽이 없고 방화 셔터와 방화구역 설치가 자유로운 편이라는 점도 대형 화재의 원인으로 꼽힌다.

덕평물류센터는 3천㎡마다 방화구역을 설치해야 하지만 건축법에 따라 자동화 시설이나 분류 시설이 들어간 경우 방화구역을 설치하지 않아도 돼 1∼3층은 방화 구역이 설치되지 않는 구역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의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일반 건물의 창보다 크기가 작다는 점, 물류센터들이 주로 임야에 소재해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로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취약점으로 꼽았다.

이 때문에 실제로 1천534개 물류센터가 자리한 경기도는 올해 물류창고 화재 건수가 715건으로, 인명피해 및 383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물류센터들은 일반 건물과 달리 화재에 취약한 성격을 띤다"며 "화재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들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7·12면('화마에 취약한' 물류센터… 안전대책 재정비 필요)

/이원근·이시은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