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어야 합니까"
고(故) 이선호 군이 300㎏ 쇳덩이에 깔려 숨진 데 이어 이천 쿠팡 덕평 물류센터 등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면서 근로감독권을 지닌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쿠팡 덕평 물류센터 노동자들 사이에서 물류센터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증언이 잇따르자 경기도 내 물류센터에 대한 소방법 점검 전수조사는 물론 쿠팡 물류센터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경기운동본부 등은 24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한규협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수석부본부장은 "고 이선호 군이 사고가 발생하고 두 달 만에 장례를 치렀는데, 그 이후 고용노동부는 현장에 문제가 많았다,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등의 보도자료만 발표하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재발방지를 할 것인지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며 "고 이선호 군의 장례를 치르고 노제를 진행하던 그 순간에도 건설현장 철근 구조물이 넘어져 노동자 한 분이 숨졌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했다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광주광역시에서는 철거 중이던 건물이 버스를 덮쳐 무고한 시민이 숨졌고, 이천 쿠팡 덕평 물류센터가 불에 타면서 진압하던 소방관의 죽음도 목격했다. 이 사안의 공통점은 비용절감"이라면서 "이선호 군도 그랬듯 일당 10만원의 신호수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불법 하도급을 주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비참한 사고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과연 자신들의 권한을 제대로 이용해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백정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부지회장은 "물류센터 특성상 먼지가 많이 쌓여 화재 발생 위험이 크고 수많은 전기 장치가 돌아가고 전선이 뒤엉켜 위험이 배가돼 크고 작은 문제가 그동안 발생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물류센터 안에는 불에 타기 쉬운 물품이 많고 폐쇄적이라 대피도 어려웠을 것이며 화재 대피 공간에도 물품이 가득해 화재 진압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덕평 물류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익스프레스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되며 지금이라도 물류센터 전반의 안전점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노동계는 수차례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조사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보듯 안전한 일터를 보장받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였다면 화재 진압 도중 소방관 희생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모두 휴대전화를 반납한 상황에서 사고현장 위험성은 누구에게 신고하고 제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중대재해조사보고서가 수사기록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데 우리는 사고 이후 무슨 대책이 마련됐는지 알고 싶고, 더는 노동자가 죽지 않도록 대책이 어떻게 마련됐고 그 대책이 어떻게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일하기보다는 빠른 작업을 위해 안전조치도 제대로 되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일하다가 끊임없이 떨어져서 죽고, 깔려서 죽고, 치여 죽는다고 강조하면서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