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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 사회부 기자
경찰과 소방당국의 합동감식이 있었던 지난 29일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엿새 동안의 화재로 건물 뼈대만 남은 채 검게 그을려 있었다. 불은 모두 꺼졌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탄내가 가시지 않았고 건물 내부는 타버린 각종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다.

지난해 4월29일 이천시 모가면에서는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공사 관계자 등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익스프레스 사고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한 번 이천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센터 안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무사히 대피했지만 화재 진압 과정에서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급대장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에서의 화재는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류센터는 박스나 비닐 등 타기 쉬운 자재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 물류센터의 높은 층고 탓에 스프링클러 작동 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자동화 시설이나 분류 시설이 있을 경우 방화구역을 설정하지 않아도 되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또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경우에는 산지를 끼고 있어 전면이 아닌 2개 면에서만 진화작업을 펼칠 수밖에 없었고 상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소방용수를 공급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소방청은 전국 물류센터에 대한 소방점검에 나선다고 밝혔고, 엄태준 이천시장은 기초지자체에 관리·감독 권한 부여, 현장관리자의 촘촘한 배치, 소방차의 원활한 진입을 위한 외곽도로 개설 의무화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만 창고시설 화재가 352건 발생했고 44명이 목숨을 잃었다. 재산피해도 1천69억원에 이른다. 더 이상의 사후약방문은 있어서는 안 된다.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명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 것과 별개로 물류센터 화재 예방을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