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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반월공단 전경. 2021.6.30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물 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영세 중소기업의 처지인데, 코로나19로 외국인 인력조차 없고 원자재 값은 계속 늘고 이제는 주52시간까지 지키라니 미칠 노릇이네요."

안산 반월공단에서 10인 규모의 금형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는 계약 물량을 제때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따금 계약이 몰리는 업종의 특성상 그때그때에 맞춰 공장을 몰아쳐 돌려야 하는데 어떻게 매번 주52시간을 지키냐는 것이다.

현실을 모른다는 한탄은 영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화성에 위치한 30인 규모의 플라스틱 제조사에서 일하는 직원 서모(39)씨는 "저녁 있는 삶을 좋아하지 않을 근로자가 어디 있겠나"면서 "하지만 잔업과 야근 수당 없이는 당장 가정의 생계조차 무리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별도의 계도기간 없이 7월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정부의 방침에 영세 중소기업 사업주는 물론 근로자까지 울상이다. 특히 5~49인 사업장과 이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대다수를 차지해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

30일 경기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5~49인 사업장은 20만6천여개며 근로자 수는 224만3천여명이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는 50인 이상 사업장(1만1천여개) 대비 18배에 달한다. 근로자 수(163만7천여명)는 1.3배 규모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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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정부는 앞서 지난 2018년 3월 주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3월 300인 이상 기업과 50~299인 기업에 대해 계도기간을 각각 6개월과 1년을 부여했는데, 파장이 더 클 5~49인 사업장은 계도기간 없이 그대로 강행해 영세 중소기업을 사면초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부는 전문업체에 의뢰한 조사 결과 90% 이상이 7월부터 '준수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밝히며, 외국인력 우선 배정, 고용유지금 최대 월 120만원(최장 2년) 지원 등의 대안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경영자총연합회가 50인 미만 기업 31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월까지 준비를 완료할 수 있다는 곳은 3.8%에 불과해 정부의 조사와 이견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44.0%가 주 52시간제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본부장은 "52시간제의 취지와 근로문화 개선의 취지를 모르진 않지만 일률적으로 시행할 경우 산업 경쟁력과 생태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산/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