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입양아동 학대 사건 '첫 공판'… 양부모 혐의 모두 인정

"검찰 공소 사실 전체 인정" 잔혹한 학대 정황 낱낱이 공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엄벌 촉구 피켓시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화성 입양아 학대 사건' 첫 공판이 진행된 6일 수원지법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2021.7.6 /이시은기자 [e-mail]

7월 6일 오전 수원지법 301호 법정에 수의를 입은 젊은 남성이 들어왔다. 피해 아동의 양부 서모(36)씨는 멍한 듯한 표정이었고, 그의 아내 최모(35)씨는 지친 모습이었다. 아동학대. 생후 36개월 된 아동을 반혼수 상태에 빠뜨린 것이 이들의 죄였다. 이날은 '화성 입양아 학대 사건'의 첫 공판 기일이었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조휴옥)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양부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범의를 포함해 검찰의 공소 사실 전체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양부모 역시 "공소 사실 모두를 인정한다"고 했다. 이들은 재판 내내 고개를 떨 군 채 바닥만 응시했다.

■양부모 엄벌 촉구 목소리 일어…피켓 시위에 국민청원까지

"피해 아동의 부모가 된 심경으로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합니다."

첫 공판에서 피해 아동 변호인 측은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 아동 변호인은 "피해 아동은 형사 사건 절차에 있어 단 한 마디 진술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며 "피해 아동 목소리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는 주치의를 불러서 몸의 상흔을 구체적이고 면밀히 살펴달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 아동을 대신해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도 양형에 참작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강조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화성 입양아 학대 사건' 첫 공판이 진행된 6일 수원지법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2021.7.6 /이시은기자 [e-mail]

검찰 측에서도 아동의 건강 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주치의 증인 신문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측은 "수사 단계 이후 피해 아동 상태와 관련한 자료, 주치의의 법정 증언 필요한지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수원지법 앞에선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협회는 양부모는 '아동학대 중상해'가 아닌 '살인미수', 양모엔 '아동 유기·방임'이 아닌 '방조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1일엔 '화성 입양아 학대 양부모의 공소장 변경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양부모 모두 살인미수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대 강도 높여갔던 양부, 알고도 모른 척한 양모

첫 공판에선 지난 4월 중순께부터 5월 초 양부모가 저질렀던 잔혹한 학대 정황이 낱낱이 공개됐다.

검찰이 낭독한 공소장 내용을 토대로 양부모의 범행을 재구성했다.

지난 4월 중순께 화성 향남읍의 한 아파트. 양부가 피해 아동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양부는 또래에 비해 왜소했던 아동의 손바닥과 발바닥을 등긁개로 수차례 때렸다. 피해 아동이 울면서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양부의 폭행은 약 한 달 간 계속됐다. 양부는 아동이 잠투정을 하거나,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손찌검을 했다. 또 아동의 목덜미를 잡고 수차례 강하게 흔드는 등 신체 발달을 해치는 학대를 가하기도 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화성 입양아 학대 사건' 첫 공판이 진행된 6일 수원지법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2021.7.6 /이시은기자 [e-mail]

학대 강도는 점차 높아졌다. 지난 5월 6일 오후 10시께 양부는 아동의 왼쪽 뺨을 강하게 때려 출입문 신발장 쪽으로 넘어뜨렸다. 양부는 아동이 울음을 멈추지 않자 안방으로 데려갔고 아동을 엎드려 눕인 상태에서 구둣주걱으로 때리기도 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양부는 지난 5월 8일 아동의 손을 낚아 채 안방으로 끌고 갔다. 양부가 아동을 때리고, 넘어뜨리기를 4차례 반복했고 아동은 머리 부위 손상을 입었다. 당시 양부의 폭행은 아동이 플라스틱 의자에서 논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아동은 외상성 각막하출혈 발생 7시간이 지나서야 인천의 한 대형병원으로 이송됐다. 아동 학대 정황이 탄로날 것을 우려했던 양부모가 장시간 아동을 방치한 것이다. 아동은 현재 사건 발생 2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반혼수 상태에 빠져 있다.

/이시은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