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다음 날 찾은 저지대 주택가는 폐허로 변해 있었다. 반지하에 있는 집안은 습기로 가득 찼고, 빗물에 흥건히 젖은 옷과 가재도구들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침수 피해를 겪은 주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날의 기억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천의 저지대 주택가, 반지하에 사는 주민들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았다. 주민들은 매년 장마가 시작되는 이맘쯤이면 그날의 악몽과도 같았던 기억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됐다. 전남지역에서는 벌써 많은 양의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계곡이 범람해 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주택 침수로 인해 이재민도 많이 생겨났다. 남부지방의 소식은 과거 같은 피해를 본 인천 주민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인천시와 10개 군·구는 2017년 집중호우 때 침수 피해가 컸던 지역을 침수우려지역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이번 장마를 앞두고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 출입구에 설치하는 차수판이나 역류방지밸브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했으나 이를 모르는 주민들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지난 주말 동안 내린 장맛비와 강풍으로 인천지역도 나무가 쓰러지고, 공사장과 주택의 시설이 떨어지거나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있었다. 4년 전 기억을 되새기며 침수 피해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팀 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