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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정문. /경인일보DB

지난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담아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회사 내 만연했던 직장 갑질 근절에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하지만 시행 2년을 앞두고 여전히 현장은 법 시행을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실제 지난달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천277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변화를 체감했는지.' 물었더니, 응답자 가운데 77.8%가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중 50.1%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이에 직접 대응했다는 응답자는 45.4%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는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는 '조직문화'가 꼽힌다.

직장 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하면 가해자는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하고, 피해자는 법 조항에 따라 신고 등 구제절차를 밟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이 의무화돼 있지 않고, 가해자에 대한 제재 정도도 약해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가해자는 주로 사용자거나 회사 내 영향력 있는 상급자인 경우가 상당수라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피해자는 2차 가해 등의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법으로 2차 가해 등 불이익을 주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불이익은 보통 은밀하게 이뤄져 (피해자가)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그만둘 각오를 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권 변호사는 "피해자가 회사에 다니면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가해자의 제재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아 법은 있지만, 실제로 적용받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노동조합이 있다면 노조가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데,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할 수가 없어 이와 같은 사각지대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권 변호사는 강조했다. 실제 직장 갑질 119의 1분기 정기 설문조사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무자 중 36%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직장인 평균인 32.5%보다 높은 수치다.

권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화로 인식을 개선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공공부문의 경우는 민간을 선도한다는 차원에서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회사 내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주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전후는 큰 차이가 없다"며 "이주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는 주로 사업주인데, 사업주가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데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옮기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남양주의 한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지만, 대응도 조처도 할 수가 없어 계속 출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자들은 보통 노조와 지원센터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이들의 부담감을 낮추기 위해 제3의 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