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등 6곳 건의서 미반영
내년부터 반기별 1회 이상 점검에
'적정수준' 명확치 않아 비판 여론
"예측가능성 저해·기업책임 전가"


1인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를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면서도 안전보건 인력·예산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결국 원안에 준해 입법 예고되면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40일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입법 예고 기간에 여론 수렴을 거쳐 규제·법제 심사를 통과하면 국회에 제출된다.

지난 1월 정부는 안전·보건 의무 위반으로 인명피해를 일으킨 사업주를 처벌해 시민과 업계 종사자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면서 구체적 질병과 인력·예산 기준 등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이번 시행령은 직업성 질병을 급성 중독, 급성 위장관계 질병, 반응성 기도과민증후군 등 산업재해 인과관계가 분명한 24개로 구체화했으나 안전보건 인력·예산 기준은 '적정 수준' 혹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500명 이상 사업장의 전담조직 마련' 수준으로 구체화하는 데 그쳤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안전보건 인력·예산 기준이 모호해 산업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관계부처에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이러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 1월 법이 시행되면 각 사업장은 반기별 1회 이상 의무이행상황을 점검받아 추가 인력·예산을 배치해야 하는데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한 기준이 여전히 공개되지 않아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1일 중대재해 감독·수사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에 건설현장을 감독하던 국토교통부에 더해 고용노동부에 중대재해 전담부서인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신설한 상태여서 중복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내고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할 시행령에서 '적정한 인력·예산' 등 모호한 기준은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혼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건설협회 역시 "경영책임자 정의 중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화할 것을 요구한 건설업계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법령의 모호함에 대한 책임이 기업에 전가되면서 리스크는 커졌고 불확실한 상태에서 기업경영을 해야 하는 부당한 부담이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