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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광고업을 하는 A씨 부부가 부동산 경매회사로부터 산 화성시 송산면 육일리 임야. 2021.7.13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안양시 동안구의 한 부동산 경매 회사가 맹지를 개발할 수 있다고 속여 팔고 인근 임야에 지분 투자를 권유해 수십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원시 권선구에서 현수막 광고업을 하는 A(63)씨 부부는 지난 2015년 8월 화성시 송산면 육일리의 임야 4필지(총 1천67.36㎡)를 공유지분 거래 형태로 부동산 경매 법인 H사로부터 3억500만원에 매입했다.

A씨 부부에게 부동산을 소개해준 사람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B(51)씨였다. A씨 부부는 4필지 중 가장 덩어리가 큰 임야에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단독주택 9가구를 지으려 했다.

A씨 부부가 개발하려 한 임야는 왕복 2차선인 백곡로에서 약 120m 떨어져 있다. 길은 일부 포장, 일부 비포장이다. 비포장도로는 지목이 임야인 현황도로다. 이 임야를 도로로 바꾸려면 지분권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 임야의 지분권자가 60명 가까이 된다는 점이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부동산 등기를 확인해보니 면적 668㎡ 임야의 현재 지분권자가 57명으로 확인됐다.

지분권자들은 적게는 0.58㎡, 많게는 70.5㎡를 소유하고 있었다. 임야 지분권자엔 A씨 부부도 포함돼있다. H사가 인근에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에게 도로로 사용할 곳이라고 소개하며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개발에 지장이 없다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분권자가 늘어나 토지사용승낙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허가도 받지 못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인근엔 299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이 있다.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겉으로 봐선 충분히 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나 지분 거래가 횡행해 쉽사리 개발행위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지분권자가 늘어날수록 개발 가능성이 떨어지는 전형적인 기획부동산의 수렁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이 지역 주민들도 당시 이 임야의 공유지분 거래를 "A4 용지 크기로 땅을 쪼개 판 기획부동산의 소행"이라고 기억했다.

A씨 부부는 오랫동안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B씨를 믿고, 현수막 광고로 어렵사리 모은 돈을 육일리 부동산에 투자해 개발 차익을 실현하려 했으나 기약이 없어진 상황이다.

화성시는 지난 5월31일 A씨 부부의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반려 처분했다. A씨 부부가 단독주택을 개발하려면 도로가 있어야 하는데, 문제가 된 임야(산지)를 도로로 전용하려면 공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이 건 개발행위허가의 경우 산지 형질변경이 수반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100% 공유자 동의를 받아오면 개발행위를 허가할 수 있지만, 지분권자가 많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제야 A씨 부부는 개발 가능성이 없는 땅을 속아서 샀다고 주장하며 H사를 사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공유자가 60명 가까이 되는데, 어떻게 동의서를 다 받아올 수 있겠느냐"며 "애초에 개발이 안 되는 맹지를 마구 팔았다. H사 때문에 망한 사람이 수십명"이라고 호소했다.

H사는 동안구의 한 생명보험회사 건물에 입주해 있다가 사라진 상태다. 5분 거리에 H사와 유사한 상호를 가진 부동산 경매 회사가 있지만, H사에서 사명을 바꿨거나 승계한 곳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이사, 감사, 사내이사 중 일부가 동일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부부에게 부동산을 소개한 B씨는 도로 부지(임야) 지분을 갖게 한 것이 개발행위허가를 막는 자충수가 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매수인을 속여 땅을 사게 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B씨는 "인근 부동산을 매입한 고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려고 도로 부지 임야에 지분을 투자하게 했는데, 오히려 개발에 발목을 잡혔다"며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고 토지사용승낙서를 받고 있는데도 수사기관에 고소를 한다고 해서 난감하다"고 해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