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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숙사 청소 노동자 사망 현장을 방문한 뒤 유가족과 대화하고 있다. 2021.7.11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지난달 서울대학교에서 숨진 청소노동자 이모씨의 유족들을 만났다. 2014년 청소노동자였던 여동생이 과로로 유명을 달리했던 만큼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지사는 눈물을 숨기지 않았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대에 마련된 이씨의 추모 공간을 찾았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이나 타살 혐의점 등은 발견되지 않아 과로사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가 청소노동자 업무와 관계 없는 시험까지 보게 했다는 주장이 일면서 갑질 논란으로 이어졌다. 서울대 측은 갑질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지사는 SNS를 통해 "40년 전 공장 다닐 대도 몇 대 맞앗으면 맞았지 이렇게 모멸감을 주지는 않았다. 저성장이 계속 되고 기회가 희소해진 사회의 서러운 풍경"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는데, 서울대 학생처장은 이에 대해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게 역겹다"고 비판했다.

논란 속 이날 서울대를 찾은 이 지사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그냥 가족분들 만나뵙고 위로하려고 왔다"고만 밝혔다. 서울대 학생처장의 비판에 대해선 "그분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갑질이 없었다는 학교 측 주장에 대해선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니 충분히 진상 규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재진들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지만, 유가족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 지사는 눈물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소노동자로 일했던 이 지사의 여동생도 2014년 과로 끝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 지사는 지난 2월 SNS를 통해 가족들을 회고하다 여동생에 대해 "자기가 직장을 바꾸면 오빠 덕 봤다는 의심을 받는다며 요구르트 배달 일을 수년간 계속 했다. 청소미화원으로 전직하더니 얼마 안돼 새벽에 건물 화장실 청소를 하던 중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지사의 경선 캠프 '열린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홍정민(고양병) 의원은 "부군이 매일 (숨진) 아내와 함께 출근했다고 한다. 지금은 혼자 출근할 수밖에 없어 출근 때마다 우신다고 한다. 이 지사가 그 말을 듣고 많이 울었다. 7년 전 청소노동자였던 여동생이 화장실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때 생각이 나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면담에서 학교 측에 "진상조사는 관계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사여야 한다. 가능하면 관계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나 조사 방법을 같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이번 일로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 노동하시는 분들의 인격적 대우를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