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가 백지화되었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원회가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단지 조합원들은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해야 분양권을 준다'는 내용을 삭제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작년 6월 정부는 재건축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해서 서둘러 대책을 강구하고 9월에는 이 같은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국회발의까지 마친 상태였다.

이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첫 번째 철회여서 특히 눈길을 끈다. 지난해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보호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과의 충돌이 결정적 이유이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에서 세입자는 4년까지 계약연장이 가능하나 재건축 주택에서는 집주인의 실거주 2년 의무화와 상충되는 것이다. 또한 재건축 단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투기가 불가능하기에 굳이 이중으로 규제할 필요도 없었다.

더 주목되는 것은 이 규정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전세대란은 물론 집값 상승까지 초래한 것이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무이행을 위해 재건축 주택에 입주할 경우 세입자는 집을 비워주고 이사할 수밖에 없어 주변의 전·월세 수요가 커진 것이다. 또한 재건축 단지들이 실거주 의무를 회피하고자 조합설립 작업을 서두른 결과 조합설립에 성공한 아파트 가격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십수억원씩 뛰었다. 투기를 잡는다는 재건축 아파트 실거주 의무화가 역설적으로 투기를 부채질하고, 서민들에게 고통만 주고 말았다.

더구나 집주인들이 낡고 협소한 구(舊) 주택에 살기 위해 인테리어공사와 이사비로 수천만원을 낭비한 사례도 비일비재한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입법 때부터 논란이 거셌고, 전문가들의 부작용 경고가 잇따랐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현장과 전문가 목소리를 듣는 과정 없이 밀어붙인 것이 화근"이란 권명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질책에 눈길이 간다.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정책을 추진할 때는 사전에 치밀하고 충분한 사전조사와 신속한 대처가 관건인데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단한 법이다. 선무당 부동산 대책에 서민들만 멍들었다. 민주당 정권의 독선과 도덕적 해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