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족쇄를 끊어낸지 꼭 1년, 그 이후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6일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1년 전 재판 상황을 회고했다. 이어 대선에 대해 "잘하는 것을 잘 보여드리고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면서 결과는 하늘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시간 30분가량 온라인 화상회의시스템 '줌'을 통해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 지사는 이날이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라는 말에 "제가 지난해 이 날에도 이곳에서 대법원 선고를 유튜브로 보고 있었다. (잇딴 수사·재판 상황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고 언급하면서 "1년이 정말 폭풍처럼 지나갔다. 정치적 지형도 그 사이에 많이 변했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도지사 당선 이후 지난해까지 내내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다. 대법원으로까지 향한 재판의 쟁점은 2018년 도지사 후보자 TV토론회에서 친형 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 이를 부인하면서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점이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였다. 항소심에선 이를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었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잠룡'으로 분류됐던 이 지사의 정치적 생명도 위태로워졌을 터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7월 16일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수년간 정치 생명의 발목을 잡았던 의혹들을 모두 떨어낸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상승세를 탄 이 지사의 지지율은 사법 족쇄를 끊어낸 후 선두로 올라섰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한달 만인 지난해 8월 한국갤럽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2020년 8월 11~13일 전국 성인 1천1명 조사)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차범위 내 접전양상을 보이면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 지사 역시 대법원 판결 이후 지금까지 1년 동안 가장 기억나는 순간으로 "지지율이 역전됐던 날"을 꼽았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의 추격세에 대해 "이낙연 후보님은 한때 40%대의 지지를 받던 분이다. (지지율 변화에) 일희일비하면 사람이 이상해질수도 있다. 제가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을 때 오버하다가 매우 안 좋은 상황이 됐었다. 지금은 지지율은 깊이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제가 부족한 것을 채우고 잘 하는 점은 잘 보여드린 후 결과는 하늘에 맡길 것이다. 사필귀정, 진인사대천명이다"라고 했다.
다만 당내 경선 후보들간 일고 있는 '적통' 논란에 대해선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민주당의 당원은 누구나 당의 대선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 혈통 같은 것을 따지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에 안 맞는다. 저는 힘의 관계로 따지면 중심에 있지는 못한 사람이었지만 가능하면 국민 주권주의, 당원 중심의 정당 취지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다른 경선 후보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그런 것(연대)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국정을 운영하게 될 경우 공직 기강을 확실히 하는 한편 진영에 관계 없이 능력 있는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관료들은 매우 유능하다. 로봇을 조종하는 지휘관이 유능하지 않으면 반대로 로봇에 장악 당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지휘관이 뚜렷한 철학과 가치, 충분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신상필벌을 확실히 하고 책임져줄 부분은 책임져주고 권한을 부여할 부분은 부여해야 한다"며 "결국 국민들은 자신이 뽑은 일꾼이 내 삶을 좀 더 낫게 해줬는지, 주머니를 좀 불룩하게 해줬는지를 살핀다. 아무리 잘 해도 경제가 나빠지면 용서받지 못한다. 성과가 제일 중요한데 그러려면 유능한 사람을 써야 한다. 공직자가 잘 하냐, 못 하냐에 따라 세상이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반대 쪽에 있는 사람이라도 우리 진영에 있는 사람보다 능력이 낫다고 하면 반대 편에 있는 사람을 쓸 것이다. 먼 진영에서 사람을 구해올 수록 우리 땅이 넓어지고 기반이 단단해진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