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 한익스프레스 산업재해 참사의 책임을 물어 법정에 앉은 물류센터 신축공사 관계자들은 판결 선고가 끝나자 서로 손을 맞잡으며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16일 오후 수원법원종합청사 501호 피고인석에서 있었던 일이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집행유예, 무죄 피고인들은 법정에 출석한 변호인들과도 악수를 하며 '선방'의 기쁨을 나눴다.
이 모습을 방청석에서 지켜본 유족들은 가슴을 부여잡고 겨우 법정을 빠져 나와 법률대리인에게 다시 한번 항소심 판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시공사 (주)건우 법인을 포함해 10명
물류창고 화재로 동생을 잃은 원모(40대)씨는 "참담하다"며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내 마음을 추스른 원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서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업을 처벌하겠다고 해놓고 내 동생 데려간 회사는 책임지지 않고 빠져 나갔다"며 "도대체 누구에게 이 죄를 물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악수를 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에 대해선 분개했다. 원씨는 "사과를 해야 할 사람들이 나가면서 자기들끼리 악수를 하고 서로 축하한다고 했다"며 "38명의 목숨이 사라진 사건인데, 너무 쉽게 묻히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남편과 사별한 이모씨는 6살 난 아들 손을 잡고 법원에 왔다. 어린 아들이 "아빠 왜 집에 안 와"라고 물을 때마다 이씨는 속으로 눈물만 삼키며 입을 떼지 못한다고 했다.
이씨는 "법원에서 이런 판결을 하면 남편의 죽음은 누구 책임인가"라며 "작년 4월29일 사고 직전에 아들과 남편이 통화를 했다. 아이가 살아가는 방법보다 죽음에 대해 먼저 배운 것 같아 미안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형사재판을 진행 중인 유족은 사망자 32명과 부상자 2명의 가족이다. 이들은 형사합의를 일절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들의 형사재판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마중의 천지선 변호사는 "유족들은 법원이 사법 정의를 실현해줄 것을 믿고 합의를 하지 않고 기다렸는데, 발주처에 책임이 없다는 판결에 마음이 무겁다"며 "상고심은 다른 결론을 내놓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전기철)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한익스프레스 TF팀장 A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유일하게 징역 3년6월 실형을 선고받은 시공사 (주)건우 현장소장 B씨와 각각 금고 2년3월, 1년8월을 선고받은 안전관리자 C씨, 감리사 전인씨엠의 감리단장 D씨는 징역 3년, 금고 2년, 금고 1년6월로 감형을 받았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