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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 경제부 기자
지난 6월 '얀센'백신을 접종했다. 접종 예약이 있던 날 자정을 기다려 정부 예약 사이트에 접속했다. 대기자가 5만명 이상, 대기시간은 45분으로 안내됐지만 1분도 안 돼 대기시간이 30분으로 줄었다. 잠깐 TV를 보다 돌아오니 화면에 보이던 5만명 대기자는 사라졌고 이내 접종 예약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전화번호를 인증하고,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접종받을 병원을 선택하니 끝.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IT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지난주, 기자의 부모님 접종 예약일이 도래했다. "엄마, 자정에 컴퓨터를 켜고 '백신 예약'을 검색해서 거기 들어가면 돼. 화면에 대기자랑 대기시간이 뜰 텐데 안내보다 훨씬 사람이 빨리 빠져. 10분만 기다리면 될거야. 엄청 쉬워." 예상과 달리 쉽지가 않았다.

대기 안내가 떠야 할 홈페이지는 말 그대로 먹통이 됐고, 부모님도 기자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아침 6시까지 기다려 기자가 직접 접속하고, 부모님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한 뒤에야 접종 예약이 끝났다. IT강국은 누구에게나 편리함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모두 60년대 생인 부모님은 아직 '노인'에 속하지 않는다. 평소 '아들은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부모는 오프라인에서 장을 본다' 정도에 그쳤던 IT·정보 격차가 백신이라는 안위와 직결되니 곧장 심각한 문제로 비화했다.

지난해 재난지원금을 선불 카드로 지급받은 노인이 문자 메시지로 사용 내역을 받지 못해 수기로 얼마를 썼는지 적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 신용카드로 재난지원금을 받은 젊은 세대는 친절히 몇 백원을 쓴 내역까지 안내됐지만, 신용카드도 없고 휴대전화 고지 서비스도 없는 노인은 재난지원금 가계부를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빠르고 편한 세상이 반드시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면하게 됐다.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