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구 도시산업교회
행정 난맥상을 보이며 재개발구역에 포함되어 철거 대상에 포함된 우리나라 노동·민주화 운동의 산실이라 평가받는 인천시 동구 화평동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의 20일 모습. 2021.7.20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원만한 합의안 도출 노력' 하루만
'관련 사업 승인 전격 발표' 번복
박남춘, 관련 부서 질책 '엇박자'
소통부서 안일한 대응 비판 소리
시민단체 "市에서 갈등 더 증폭"


인천시가 우리나라 노동·민주화 운동의 산실이라 평가받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철거가 포함된 주택재개발 사업을 지난 19일 승인·고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남춘 시장이 해당 사안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관련 부서장을 질책하는 등 교회 철거 문제를 두고 행정 난맥상이 연출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18일 교회 측과 원만한 합의안 도출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보도자료까지 냈으나 하루 만인 19일 전격적으로 관련 재개발 사업을 승인해 고시했고, 박 시장은 이런 사안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관련 부서를 질책하는 등 행정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일 인천시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위치한 화수·화평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교회 측과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도수 도시재생녹지국장은 "화수·화평 재개발은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추진하는 사업이라 인천시가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근 도시계획위원회가 재개발에 대한 조건부 수용 결정을 해 법 절차에 따라 고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업이 고시됐지만 건물 철거 등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려면 1~2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해 교회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갈등의 중재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할 소통협력관 산하 부서들도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과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는 공무원 조직 특성상 인천시 외부에서 들어온 정무직 직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소통 관련 부서가 논란 초기부터 개입해야 했지만 이번 사안과 관련해선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화수·화평 재개발 사업은 지난달 23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조건부(종교단체와 원만한 협의 권고) 수용됐다. 이런 경우 통상 시장이 사안의 중요성을 검토해 재상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61년 설립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78년 이른바 '동일방직 사건' 때 여성노동자들이 피신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철거 계획에 반발해 이 교회 4대 총무를 지낸 김정택(71) 목사가 지난달 22일부터 단식 중이다. 김 목사는 '도시계획위 재심의' 또는 '교회 존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단식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천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천시가 이런 논란이 된 결정을 하면서 박남춘 시장은 보고조차 제때 받지 못했다. 행정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난 것 아니냐"며 "인천시가 갈등을 더 증폭시킨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19일 동구 화평동 1의 1번지 일대 18만㎡에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규모 공동주택 3천183가구를 짓는 내용의 '화수·화평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재개발구역에 있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도 철거 대상에 포함됐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